[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가상화폐 가치 폭락에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세계 중앙은행들의 긴축으로 지난해 말부터 얼어붙기 시작한 가상화폐 시장은 최근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으로 다시 급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 인터내셔널은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엘살바도르에 괴멸적 타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엘살바도르 가상자산 지갑 앱 '치보'(Chivo) 직원이 자동인출기(ATM) 앞에서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2021.09.08 [사진=로이터 뉴스핌] |
비트코인 가치는 이번 주에만 21% 하락, 비트코인 1개 당 1만6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2년래 최저치다.
비트코인을 지난해 9월 7일부터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 입장에서는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6일부터 비트코인을 본격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현재까지 얼마만큼의 국민 세금을 들여 비트코인을 매수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액수를 알기 어렵다.
나입 부켈레 대통령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가 지난해 9월 6일부터 최근인 올해 7월 1일까지 11차례 매수한 비트코인은 최소 2381개다.
구입 당시 일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정부는 11차례에 걸쳐 총 1억715만달러를 썼다.
현재 정부 소유의 비트코인 시세는 3924만5598.02달러로 구입 당시 때 보다 63.37%(6790만4401.98달러) 손실을 보고 있다.
싱크탱크 중미재정연구소(ICEFI)의 리카르도 카스타네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부켈레 대통령의 발표를 자체 집계해 추정한 손실액은 7000만달러에 이른다.
카스타네다는 "이는 엘살바도르의 올해 농업부 전체 예산과 맞먹는다. 빈곤율이 26%에 국민의 절반이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는 국가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 설치된 비트코인 지갑 '치보'(Chivo) 현금인출기(ATM) 앞에 줄 선 사람들. 2021.09.23 007@newspim.com |
여기에 엘살바도르는 내년 1월까지 6억6700만달러 규모의 국가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85%가 넘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부켈레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SOS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IMF는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재정건전성과 안전성 리스크를 경고한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엘살바도르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놓였다고 본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엘살바도르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부채의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펠릭스 울로아 엘살바도르 부통령은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중국이 자국 외국부채를 일부 부담할 것을 제안해왔다고 귀띔한 바 있다.
최근 가상화폐 가치의 하락과 큰 변동성은 새로운 법정통화에 대한 엘살바도르 국민의 불신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엘살바도르는 GDP의 20%가 해외로부터의 송금에서 나올 정도로 송금 의존도가 크다. 국민 200만명 이상이 외국에서 일하면서 매년 40억 달러 이상을 본국으로 부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비트코인이 전체 송금 거래에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카스타네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가상화폐 급락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대중화하려는 엘살바도르의 노력에 괴멸적 타격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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