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더티밤 사용 계획 알고 있다"
전술핵 무기 사용 구실 만들기 의혹 증폭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dirty bomb)' 사용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위협을 구실로 전술핵 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을 쓰고 있다는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구소련에 소속됐던 국가들로 구성된 독립국가연합(CIS) 정보기관장 화상 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중무기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지역 및 세계의 분쟁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사용 계획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우크라이나 버티 밤 사용 의혹을 공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러시아 외교 안보 당국자들은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우크리이나의 더티 밤 사용 계획 의혹을 거듭 제시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2.10.27 kckim100@newspim.com |
처음 불을 지핀 것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었다. 그는 지난 23일 미국,영국, 프랑스, 터키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분쟁지에 터티 밤을 사용할 준비 중"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촉발했다.
다음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림궁 대변인도 "러시아 국방장관이 상대방 (국방장관들)에게 분명히 위험성을 경고했다"면서 "믿거나 말거나 이제는 그들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제조와 관련된 시설 등과 관련한 정보를 러시아가 갖고있다면서 "이는 근거없는 주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티밤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선 물질을 조합한 폭탄으로, 일정한 지역에 대한 핵 오염을 노리는 저위력 핵무기로 간주된다.
서방에선 러시아가 불리해진 전세를 뒤집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공격 가능성을 구실 삼아 전술핵 무기 등을 사용하려는 가짜 깃발 작전을 꺼내들었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 더티 밤 사용 가능성을 부인했고,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러시아의 주장은 '가짜 깃발' 작전일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역시 러시아가 제기한 더티 밤 의혹은 '허위 주장'이라면서 "러시아는 이를 긴장 고조를 위한 구실로 삼아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전날 러시아가 가짜 깃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더라도 "러시아가 전술핵 무기를 사용한다면 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만큼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음을 울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날 댜규모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우뢰)을 성공리에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훈련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러시아의 핵무기 전력이 대거 동원됐다.
러시아 언론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이 쇼이구 장관으로부터 '성공적인 훈련' 결과를 직접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이를 정례 핵전쟁 훈련이라며 미국 등에 사전 고지를 했지만, 언제든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강력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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