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제소로 정당 제명 처분…1심서 패소
2심서 조정 회부, 여성 조정위원 의견 엇갈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성폭력 의혹으로 한 진보성향 정당에서 제명된 당원이 징계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사과문을 게시하면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징계 처분을 하라"며 합의를 권고했으나 결렬됐다.
서울고법 민사18부(정준영 부장판사)는 A씨가 당을 상대로 "제명결정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의 배심조정 시행 결과 강제조정이 양측 이의신청으로 결렬됐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역 시민단체 활동을 하던 중 알게 된 여성 B씨와 2019년 술자리를 가졌고 이후 성적 접촉이 있었다. A씨는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B씨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두 차례 표면상 동의했을 뿐 그 외에는 일관되게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원 로고. 2020.03.23 pangbin@newspim.com |
당은 B씨의 제소 이후 당규에 의거해 A씨를 제명 처분했고 A씨는 제명 처분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와 A씨, 정당 측 대리인은 2008년 대법원 판례가 확립한 '합리적 피해자 기준'을 반영하기 위해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의견을 듣기로 합의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A씨의 행위가 당규에 규정된 '성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당의 제명 처분이 정당한지 여부였다. A씨가 속한 당의 당규는 성폭력의 개념을 "사이버 환경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범죄 행위의 구성 여부와 관계없이 언어적, 정신적, 물리적, 환경적 폭력을 통해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일반적 개념보다 넓게 규정하고 있다.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대상화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 있고 이에 따라 성추행이나 성희롱도 성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
추첨으로 선정된 12명의 여성 배심 조정위원들은 지난달 열린 조정기일에서 재판부로부터 사건개요 및 절차를, 당사자들과 대리인으로부터 사건 설명을 듣고 평의 결과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배심 조정위원들의 평결은 당사자에게 권고적 효력만 있다.
조정위원들의 평의 결과는 일치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반영해 A씨 측에는 당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당에는 제명 처분 취소 및 한 단계 낮은 징계인 당원권 6개월 정지 처분을 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양측이 강제조정에 대해 각각 이의를 제기하면서 조정은 성립하지 못했고 이 소송은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