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감산 결정은 러시아에 동조하는 것" 반발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 'OPEC플러스'(+)가 하루 200만배럴(bpd)의 감산을 결정하자 강한 실망감을 표시하며 전략비축유 방출 등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부정적인 영향에 글로벌 경제가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결정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성명은 이어 "국제 에너지 공급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서 이번 감산 결정이 저소득 또는 중간 소득 국가들에게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이와함께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소비자를 보호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필요할 분량만큼 미국의 전략비축유를 계속 방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지난 3월 하루 100만 배럴씩 6개월 동안 총 1억8000만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유가 하락을 유도해왔다. 미국 정부는 오는 11월까지의 전략비축유 방출 규모도 1천만 배럴 늘리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밖에 행정부와 의회가 미국의 에너지 생산을 증대시켜 OPEC의 에너지 가격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 6월 120달러를 넘어서며 정점을 찍은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 등이 겹치며 하락세를 이어왔고 최근에는 90달러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90달러를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는 OPEC+가 위기감을 느끼고 대대적인 감산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OPEC+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에 동조한 것이며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 문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OPEC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사우디아리바를 직접 방문하며 유가 안정을 위한 역할을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러시아와 함께 유가 감산을 추진하고 나서자 실망감과 함께 강력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국내 휘발유 가격은 유가 하락과 함께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 감산 결정으로 다시 급등할 경우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에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