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속출 속 '갭투자' 사기폐해 가능성 ↑
'거래실종' 급락지속 상황에선 대책 약발 기대하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임대차 계약 이후 제3자에게 즉시 매도 사례. [사진=국토부] 2022.08.24 min72@newspim.com |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전세사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집주인이 전세계약이 만료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에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높다. 가장 흔한 경우는 세입자가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집인 것을 모르고 있다 경매로 넘어가거나 집값이 급락해 전세 보증금이 더 많아진 '깡통전세'가 되면서 집주인이 지불능력에 빠졌을 때다.
이 경우도 문제이지만 사기 가능성이 높은 정황은 따로 있다. 세를 끼고 일부 차액만 대금을 치른 이른바 '갭투자' 된 집이 문제인데, 인수자에게 돈을 더 내주고 등기를 넘기는 '플러스피' 거래도 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집값이 하락하면서 '깡통전세'가 돼 버리는 최근 상황에서다. 갭투자자들이 경제적 여유가 있던 없든 세입자들은 집값 급락시기에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이런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파고드는 유형이 전세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극단적인 예가 지난해 발생한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했던 유형으로 빌라 등을 수백 채 사들여 전세를 돌려막기 하다 세금, 보증금 반환 등을 감당하지 못해 전세금을 떼먹게 된 최악의 경우다. 136명의 세입자들이 입은 피해금액만 300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신혼이나 서민층이며 한 가족의 가장임을 감안하면 가족 모두 전세사기의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HUG 통계에 따르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대의 67.8%가 20~30대다. 사고금액도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8년 792억 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5790억 원에 달하며 올 7월까지 집계된 금액만 4279억 원에 달한다.
결국 사회문제가 된 전세사기를 막아보겠다고 정부가 나선 것이 지난 1일 대책 발표다. 처벌이 강화된 특별단속과 함께 임대인의 정보공개, 임차인의 대항력 강화, 전세금 보상금액 상향 등 몇 가지 전세사기 피해 방지 대책을 내놓은 게 주요 골자다.
일단 정부가 전세사기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나 전세가율 높은 지역에 대한 정보 공개의 한계 등 논란은 여전하다. 또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점은 사후 발생에선 여전히 피해를 보상 받기 어렵다는 점 등의 지적이 나온다. 결국 계약을 체결하는 본인이 잘 알아 볼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과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주위를 환기 시킨다는 점에 만족해야 할 듯하다.
이번 대책에서 아쉬운 점은 근본적인 대책이 몇 가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갭투자 특히 신축빌라 분양에서 동시 매매거래를 진행하는 수법을 방지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거래가 아파트처럼 쉽지 않은 신축빌라 분양은 중간에 부동산 업자를 끼고 우선 세입자를 '뻥튀기 가격'으로 계약시킨 뒤, 매수자를 플러스피 또는 소액 투자로 유인해 계약토록 작업하는 게 대표적 전세사기 수법인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에 '거래실종' 마저 두드러진 상황에서 신축빌라 뿐만 아니라 아파트 거래도 이런 유형으로 전세사기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이 집값 급락세가 전 방위로 지속된다면 의도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깡통전세'로 인한 세입자의 피해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갭투자의 폐해로 인한 전세사기는 더욱 급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전세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며 집주인이든, 세입자이든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 선호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상으로도 월세 가속화 현상은 이미 시장에 나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월세 거래량은 전국적으로 51%를 넘어섰다. 지난 5년 평균 월세 비중이 41.4%인 점을 감안하면 10%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집값이 어느 정도 거래를 수반하면서 점진적인 하향 조정을 거쳐야 전세시장도 사기혼란이 덜 해질 수 있다. 거래실종 상태에서 급락세를 보이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대책 약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지적이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