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6월 141명 떠나…'탈출 러시' 가속
인력난에 경영정상화까지 험로 예고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50일 넘게 이어진 하청 노조 파업 후유증이 쉽게 가지지 않는 가운데 내부 직원들의 '탈출 러시'도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재무구조에 분리매각설까지 재점화하면서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인력난까지 가중되면서 경영 정상화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1독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
◆ 최근 3개월간 잇딴 퇴사 행렬…"점차 가속도 붙어"
지난 18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관련 내용을 질의한 결과, 올해 2분기(4~6월) 대우조선을 떠난 직원들은 총 141명(정년퇴직 제외)으로 확인됐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220%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이 회사의 연간 평균 퇴사 규모가 100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3개월간 그야말로 줄지어 나간 셈이다.
분기별로 살펴봐도 지난 1년간 직원들의 퇴사 행렬에 가속도가 붙었다. 매달 10명 남짓 퇴사하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한 달 평균 30명이 회사를 등졌다. 특히 올해 4월(25명)부터 퇴사자가 눈에 띄게 늘었고, 5월엔 퇴사자 숫자가 89명까지 치솟았다. 지난 6월에도 27명이 회사를 떠났는데, 열에 아홉은 이직을 위해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이 올 상반기 조선업계 직원 채용을 마무리한 시점 즈음 직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다소 꺾인 데다, 최근 하청 노조 파업 등으로 불안정한 재무구조가 재조명되면서 사내 위기감이 고조된 여파인 것으로 풀이된다.
◆ "조선업 호황기? 월급 보면 실감 안 나"
대우조선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뒤 올해 초 퇴사한 김명식(가명) 씨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직 중인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씨는 현재 경남 마산에 소재한 한 대학교에서 조선업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김 씨는 대우조선 직원들의 퇴사 행렬 소식에 "조선업이 수주 호황을 맞았다고 하는데, 직원들 입장에선 실감이 안 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직원들은 본인 월급 통장에 찍히는 돈만 보지 않냐"며 "업무는 힘든데 임금은 동종업계 경쟁사 대비 낮은 편이니 아무리 주변에서 조선업 호황기라고 떠들어도 본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대우조선에 비전은 있다. 업계가 호황기이고, 내년부턴 대우조선도 본격적으로 돈을 벌 것이란 전망에 이견이 없다"면서도 "비전만 내다보고 회사가 직원 임금을 선제적으로 올려줄 순 없는 노릇이고, 직원들에겐 회사가 풍랑에 흔들리는 선박으로만 보이니 서로 괴리감이 있지 않겠나"라고 봤다. 최근 연일 보도되는 매각설에 주니어 연차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거제 옥포조선소를 떠난 지 10년차라는 이수철(가명·39) 씨는 같은 날 진행한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업계 임금이 10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고 했다. 이씨는 삼성중공업·대우조선 등에서 선박 설계를 3D로 구현하는 업무를 했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이 임금을 높이는 주 방법이 야간 잔업이었다. 잔업 수당은 주간 임금의 1.5배다. 일은 고됐지만 돈은 많이 벌었다. 그런데 지금은 잔업이 사라져 임금이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2016년 조선업 불황을 계기로 수주 물량이 대폭 줄면서 잔업 문화가 사라졌고,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잔업·특근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 씨는 "조선업 전반의 문제이긴 하나 현장 업무 강도가 세고,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도 주된 이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씨의 사촌 형제도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이 씨는 "형이 공장 작업 중 갑작스런 허리 통증을 느껴 돌아봤더니, 20m 상공에서 떨어진 공구가 허리를 스쳐 땅에 떨어져 있었다"며 "형은 그 길로 회사를 그만뒀다. 사고 위험에 늘 노출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