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감내해야 하는 생활상 불이익이 전보의 필요성보다 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회사의 업무상 필요 없이 부산지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을 서울지사로 발령낸 전보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앞서 A주식회사의 부산 R&D센터 과장직으로 입사한 B씨는 지난 2020년 미국인 동료와의 다툼으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B씨는 정직 처분에 대해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위원회는 B씨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이후 A주식회사가 B씨를 다시 복직시키는 내용의 인사발령문을 공고하자 함께 근무하고 있던 동료 직원들이 B씨를 서울로 전보해 달라는 진정서 등을 제출했다. 결국 A주식회사는 직장질서의 유지, 업무능률 유지 회복, 나머지 다수의 근로자 보호 등을 이유로 B씨를 서울 사무소로 발령하며 직무를 변경하는 인사발령을 내렸다.
그러자 B씨는 이 사건 전보인사가 부당하다면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재차 구제신청을 했다. 그러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전보인사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B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B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A주식회사 측은 "B씨에게 주거비 50만원과 서울-부산 사이의 왕복교통비를 보전해주기로 했고 이 사건 전보인사에 앞서 협의절차를 거쳤다"며 "이 사건 전보인사를 부당하다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씨를 서울 사무소로 전보해야 할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B씨의 생활상 불이익이 크고 이 사건 전보인사에 앞서 충분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전보인사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직 처분 등이 종료된 이후에는 원직복직을 하는 것이 원칙인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정이 내려졌음에도 원직복직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노동위원회 판정절차의 실효성이 훼손되는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전보인사의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사무소는 강남구에 소재하고 있어 주거비용이 비싸고 외곽지역에서 출퇴근을 한다고 하더라도 통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다"며 "B씨가 비록 6000만원의 연봉과 50만원의 주거지원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불이익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B씨는 주된 생활근거지인 부산과 근무지인 서울을 왕래해야 하는데 왕복교통비를 지원받는다고 하더라도 교통비 외에 발생하는 부수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고 왕복에 소요되는 시간과 삶의 질 측면에서도 불이익이 발생한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B씨가 감내해야 할 생활상 불이익은 전보의 필요성보다 훨씬 크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원직복직을 공고했다가 다른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B씨에게 전보통보를 했다"며 "이 사건 전보인사를 부당하다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정당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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