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감원 '이상 해외송금 검사 상황' 발표
대부분 거래액, 가상자산거래소 이체 자금
자금세탁방지업무 미이행 은행엔 엄중 처벌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4조1000억원 수준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가 발견됐다. 이중 대부분의 송금거래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를 통해 해외로 송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7일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상황(잠정)'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우리·신한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 거래규모가 당초 은행들이 보고한 2조5000억원보다 많은 4조1000억원(33억7000만 달러·22개 업체) 수준이라고 밝혔다.
(자료=금융감독원) |
우리은행에서는 2021년 5월 3일~2022년 6월 9일 중 5개 지점에서 931회에 걸쳐 총 1조6000억원(13억1000만 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됐고, 신한은행에서는 2021년 2월 23일~2022년 7월 4일 기간 중 11개 지점에서 1238회에 걸쳐 총 2조5000억원(20억6000만 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됐다. 다만 3개 업체(우리 2개, 신한 1개)의 경우, 송금자금에 정상적인 상거래 자금도 일부 포함됐다.
금감원은 지난달 22일, 29일 각각 우리·신한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 사실을 보고받고 즉시 현장검사 착수했다.
현재 금감원은 외환감독국·일반은행검사국·자금세탁방지실이 연계해 검사 중으로 검사 휴지기(7월 25일~8월 5일) 이후 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 1일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2021년 1월~22년 6월중 유사거래가 있었는지 자체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7월말까지 제출토록 요청했다. 점검 대상거래는 ▲신설·영세업체의 대규모 송금거래 ▲가상자산 관련 송금거래 ▲특정 영업점을 통한 집중적 송금거래 등으로, 주요 점검 대상 거래규모는 현재 금감원에서 검사 중인 거래를 포함해 53억7000만 달러(44개 업체) 수준이다.
이상 송금거래를 한 법인에 대해서는 증빙서류 및 송금자금 원천 확인 등을 통해 거래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파악된 내용은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통보하고 관세청(외국환거래법상 수출입거래 및 환치기 검사 관할)에도 정보 공유하고 있다.
외화송금 업무를 취급한 은행에 대해서는 외국환업무 취급 및 자금세탁방지업무 이행의 적정성 위주로 점검 중이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 대부분의 송금거래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집금돼 수입대금 등의 명목으로 해외법인으로 송금되는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송금을 받은 해외법인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닌 일반법인으로 파악됐다.
특히, 법인의 대표가 같거나 사촌관계이고, 한 사람이 여러 법인의 임원을 겸임하는 등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경우도 확인됐고, 자금흐름 측면에서도 법인계좌에서 타법인 대표 계좌로 송금, 동일한 계좌에서 다른 2개 법인으로 송금,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업체들의 기간을 달리한 송금 등 서로 연관된 거래들이 확인됐다.
일부 거래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자금과 일반적인 상거래를 통해 들어온 자금이 섞여서 해외로 송금됐다.
금감원은 검사 및 은행 자체점검 결과 등을 기초로 '이상 외화송금' 업체가 추가로 확인되는 경우, 관련내용을 검찰 및 관세청에 통보해 수사 등에 참고토록 조치할 계획이다. 은행 자체점검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추가 검사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금감원은 검사 결과 외환업무 취급 및 자금세탁방지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은행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은행의 이러한 이상 외화송금거래를 보다 실효성 있게 모니터링하고 억제할 수 있도록 감독 노력을 지속하고, 필요시 관계부처·기관과 함께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