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검사·제재 강화 시사…금융위-금감원 갈등 소지
과거 금융위원장-금감원장도 갈등…김소영 역할론 주목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당국 두 수장에 정통 관료 출신과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검찰 출신 인사가 기용되면서 금융당국간 파워게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금융회사 검사 강화를 명분으로 금융당국간 관계를 재설정할 경우 과거 사례처럼 갈등으로 번질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다.
9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은 최근 취임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근절"을 강조하면서 "시장교란 행위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도 내비쳤다.
금융사 검사 강화 등은 금융위와 금감원 간 정책 공조가 필수인 만큼 금감원이 무리하게 밀어부칠 경우 갈등 소지가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급기관으로 감독 권한, 인사·예산까지 통제하고 있지만 금융정책 및 감독 기능에 대한 권한 설정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과거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전 금감원장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윤 전 원장은 취임 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며 금융사에 대한 검사·제재를 강화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감독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근거로 제동을 걸었다. 이후 금융위와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모펀드 사태 등에서도 연이어 충돌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DLS(파생결합펀드) 사태 관련 중징계를 놓고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
금융당국 간 파워게임 혹은 갈등 우려가 나오자 금융위는 전날 밤 금융위원장 동정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공지를 통해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6월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과 만나 환담을 나눴다"며 "이 자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시장 안정, 금융규제 개혁, 금융산업 발전, 금융감독서비스의 선진화,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등을 위해 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 역시 전날 금융위와의 정책 공조 등의 질문에 대해 "구체적 대응방안은 금융위원회와 잘 협의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간 파워게임 우려와 함께 일각에선 양 수장이 정통 관료와 검찰 출신으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한다면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정통 관료 출신인 금융위원장은 위기 대응과 규제 완화에, 검찰 출신인 금감원장은 감독 기능에만 집중한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의외의 조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알려진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의 '역할론'도 주목되고 있다. 전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부위원장의 역할은 다양한데 그 중 금감원 군기반장이나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 조정 등도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며 "윤석열 정부 핵심라인인 금융위 부위원장과 신임 금감원장의 관계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