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2010년 이어 '사형제' 위헌 여부 심판
인간 존엄성과 생명권 침해 여부가 쟁점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사형제가 12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다.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키는 흉악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의 존폐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결과가 주목된다.
2일 헌재에 따르면 다음달 1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형법 제41조 제1호 등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 변론을 연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020.02.14 alwaysame@newspim.com |
심판 대상은 형벌로 규정한 형법 제41조 제1호와 살인과 존속살해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도록 한 형법 제250조 제2항이다.
헌재는 헌법소원 청구인의 대리인과 이해관계 기관인 법무부, 참고인 등의 진술을 들은 뒤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A씨는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1심에서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형법 제41조 제1호와 제250조 제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제청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19년 A씨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3년여 만에 이와 관련해 공개 변론을 열기로 했다.
A씨 측은 "사형제는 범죄인을 도덕적 반성과 개선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방위의 수단으로만 취급한다"며 "사형 집행 과정에 법관이나 교도관을 참여시키는 것은 이들을 공익 달성을 위한 도구로만 취급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무부는 "범죄 피해자들의 가족 및 국민의 정의 관념을 고려하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이 사형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형법 제250조 제2항의 경우 존속 관계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범행을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로 죄가 가지는 패륜성 및 비난 가능성은 일반적인 살인에 비해 더 크다"는 입장이다.
공개 변론의 쟁점은 헌법 제10조가 규정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의 위반 여부다. 사형제가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지도 살펴본다.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재의 변론은 이번이 세 번째다.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었다.
다만 1996년에는 재판관 2명이, 2010년에는 4명이 사형제는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사형제의 위헌 결정이 내려지려면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위헌 의견이 필요하다.
당시 일부 재판관은 "사형제도는 생명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가석방이나 사면 등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최고의 자유형이 도입되는 조건으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사형제는 형사제도에 관한 매우 중요한 논제로 한계에서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고 있다"며 "이 사건 변론을 사형제에 관한 헌법적 논의의 장으로 삼아 헌법적 쟁점 및 그에 관련된 의견들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민국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1997년이 마지막이다.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법조계는 법적으로 사형제 폐지 여부를 법적으로 매듭 짓는 차원에서라도 헌재의 판단이 필요할 때라고 봤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이 중시되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 흉악 범죄에 대해서는 사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크다"며 "이번 기회에 사형제 존폐 여부를 결론 짓고 사형이 확정됐지만 형을 집행하지 않는 상황은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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