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창작뮤지컬 '카파이즘'이 전설적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쟁터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그는 무엇을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며 보는 이들의 직업적 소명의식을 건드린다.
'카파이즘'이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종군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진 로버트 카파의 존재감은 희생과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하는 정신을 의미하는 '카파이즘(Capaism)'이란 용어에도 남아있다. 배우 유승현, 안재영, 김준영, 최연우, 김이후, 정우연이 무대에 올라 각각 안드레 프리드만(카파의 본명)과 그의 연인 게르다 타로를 연기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2 뮤지컬 '카파이즘' 공연 장면 [사진=네버엔딩플레이] 2022.05.24 jyyang@newspim.com |
◆ 단조로운 2인극이지만, 단순하지 않은 이야기
헝가리 출신 유대인 사진기자 안드레 프리드만(유승현)은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에서 온 도망자 게르다 타로(최연우)를 만난다. 의지할 조국도 없이 사진을 찍는 일로 스스로를 증명해온 안드레를 도와 게르다 역시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고 두 사람은 조금 더 나은 벌이를 위해 '로버트 카파'라는 가명으로 활동한다.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가게 된 둘은 숱한 죽음과 비극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찍어 전해야 할지 고민하고 각자의 신념에 따라 나아간다.
유승현이 연기하는 안드레는 어두움 속에서 희망을 찍는 사람이다. 엄혹한 시대 유대인으로 낙인찍혀 자유로운 파리로 왔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으며 의미를 부여해간다. 게르다 타로를 만나고서는 로버트 카파라는 이름으로 보도 사진을 찍고, 유명세를 얻으며 스페인 내전으로 향하지만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힘겨워한다. 숱한 죽음 앞에서도 셔터를 눌러야하는 스스로의 일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느낀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2.05.24 ㅁ[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2 뮤지컬 '카파이즘' 공연 장면 [사진=네버엔딩플레이] 2022.05.24 jyyang@newspim.comjyyang@newspim.com |
최연우의 게르다는 무엇을 해야 할지, 삶의 의미를 잃었다가도 안드레를 만나 더욱 단단하고 확고해진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로버트 카파의 이름으로 사진을 찍고, 전쟁에서 자신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면서도 반드시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믿는다. 전황을 파시즘에 맞서 공화군 쪽으로 돌아서게 하기 위해 사진 한 장의 힘을 믿고 끝까지 전선에 남는다.
◆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모두의 삶을 관통하는 통찰
안드레와 게르다, 두 사람은 사진을 통해 만나고 사진을 찍어 생계를 꾸려왔다. 하지만 종군기자로 참전하게 된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사진을 찍는 일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랑해왔던 이들은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도 셔터를 누르며 '이 일'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깨달아가고, 또 의심한다. 누군가에겐 돈을 벌기 위해서였던, 또 꿈을 위해 나아가는 수단인 '직업'의 소명의식을 건드리는 순간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2 뮤지컬 '카파이즘' 공연 장면 [사진=네버엔딩플레이] 2022.05.24 jyyang@newspim.com |
실존인물이었던 로버트 카파와 그 연인 게르다를 모티브로 삼은 이야기에 픽션을 더했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카파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으로 알려진 게르다는 오히려 그 자신보다도 굳은 신념을 보여주고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떠난 그를 위해 숱한 전쟁에서 위대한 사진들을 남긴 카파의 업적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오는 7월 10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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