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847명중 1329명 기소…재작년 기소율 30.5%
소년범 영향…형사법정 대신 가정법원 보내 보호처분
작년 경찰 검거 유통사범 10명 중 3명은 10대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디지털성범죄인 'n번방' 사건 이후 정부가 불법촬영물 등 음란물 제작·유포자뿐 아니라 소지자도 강력 처벌한다고 했지만 피의자 3명 중 1명만 형사 재판에 넘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성범죄 유통사범 중에는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등 소년 범죄자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란 게 수사 당국 분석이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1년 불법촬영물·아동성착취물 등 음란물 소지, 제작·배포 사범 기소율은 34.3%다. 처분 인원 3874명 중 재판에 넘긴 사람은 1329명에 불과했다. 2020년에는 기소율이 30.5%으로 지난해보다 더 낮았다. 처분 인원은 4205명이었으나 기소된 사람은 1282명에 그쳤다.
2019년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사진을 유포한 n번방·박사방 사건 발생 이후 경찰과 검찰은 디지털성범죄자를 엄벌하고 사안에 따라 신상공개까지 한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피의자 3명 중 2명은 형사 재판을 피했던 것.
수사 당국은 기소율이 낮은 요인 중 하나로 소년사범을 꼽았다. 소년사범에게는 통상적으로 내리는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 외 소년보호사건 송치라는 특수한 처분을 내린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n번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핵심 운영자 조주빈. 2020.03.25 leehs@newspim.com |
소년보호사건 송치는 쉽게 말해 피의자인 소년을 형사 재판 법정이 아닌 가정법원으로 보내는 사건 처리 방식이다. 피의자인 소년에게 형사 처벌을 내리기보다 보호처분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소년사범을 소년 교도소 대신 소년원으로 보냄을 의미한다.
소년사범은 소년원에 갈 경우 직업개발훈련 등을 받을 수 있다. 소년원 수용 기간은 장기 송치라도 2년을 넘지 않는다. 특히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 보호처분 기록이 해당 소년 장래 신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형사 처벌을 받아 소년 교도소에 수용되면 전과 기록이 그대로 남는다. 현행 법상 성착취물 등 제작·판매·구입·소지·시청 행위는 중대 범죄로 보고 법의 철퇴가 내려진다. 성착취물 소지 등은 1년 이상 징역, 불법촬영물 소지 등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벌금 처분을 받는다.
소년보호사건 송치는 검찰이 소년사범에게 일종의 선처를 해주는 셈이다. 소년사범 10명 중 4명꼴로 소년보호사건 송치 결정을 받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소년사범 5만4146명 중 2만998명에게 소년보호사건 송치를 결정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찰은 성착취물 관련 사범에 대해 사건처리기준을 철저히 준수해 엄정 대응하고 있다"며 "사건 처리 시 나이와 사건 동기,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소년보호사건 송치 처분 등이 기소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불법촬영물 유통사범 10명 중 3명은 10대
10대는 여가 상당 부분을 온라인에서 보내는 등 불법촬영물 유통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경찰이 지난해 8개월 동안 사이버성폭력 불법유통망·유통사범 집중 단속해 검거한 1625명 중 10대 피의자는 29.2%에 해당하는 474명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음란물 시청 및 소지를 넘어 관련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점이다. 검거된 10대 피의자 474명 중 절반인 240명이 공급자였던 것. 경찰은 240명에 대해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급자는 불법촬영물 등을 제작하거나 본인이 소유한 영상을 유포시킨 사람으로 엄정 처벌 대상"이라며 "공급자와 수요자 등 사이버성폭력 범죄자는 경찰의 엄정 수사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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