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 9시간 만에 종료
"평검사 제안 공감...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국민 감시받는 방안 검토"
"검수완박은 범죄방지법...윗선 책임 있는 자세 보여줘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전국 부장검사들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대응을 위해 밤샘회의를 벌인 결과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검토해 대검찰청에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앞서 대표회의를 개최한 평검사들도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를 강조하며 내·외부 통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취지가 수사의 공정성 확보인 만큼 검찰이 자발적으로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 방안을 찾아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전국 부장검사회의에 전국 일선청 선임부장 등 각급 청 대표가 들어서고 있다. 2022.04.20 leehs@newspim.com |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는 21일 전날 오후 7시부터 9시간에 걸쳐 진행한 회의 결과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전국 40개청 69명의 부장검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사법연수원 31~34기로 각급 청 부장들이자 중간간부다.
이들은 "검찰의 실무를 책임지는 중간 간부들로서 오랜 기간 지속된 검찰개혁 논의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 문제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책임을 통감한다"며 "검찰이 그동안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 신뢰를 온전히 얻지 못했던 점도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9일 열린 평검사 대표회의에서 평검사들은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들께서 중대범죄의 수사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외부적 통제 장치와, 내부 견제를 위한 정례적인 평검사 대표회의 등을 제안했다"며 "그 충정어린 제안에 적극 공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들도 수사 개시와 종결에 이르기까지 내부 점검과 국민의 감시를 철저히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해 대검에 건의할 계획"이라며 "검사장 회의에서 제시한 국회 특위가 구성되면 국민에게 더 좋은 형사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은 내용과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장검사들은 "먼저 국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음주사고와 폭행, 사기, 성폭력 등 민생사건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단계적 점검 시스템이 사라져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사가 주로 담당했던 부패·경제·공직자범죄 등 구조적 비리에 대해서는 "메꿀 수 없는 수사 공백이 발생해 거악이 활개치고 다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대형참사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검·경 합동수사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들은 "법안의 내용은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제한하고 사법통제를 무력화해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경찰이 죄가 없다고 결정하면 피해자로서는 검사에게 호소할 방법조차 없어 헌법상 피해자의 재판 절차 진술권도 침해된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과 대한변협뿐 아니라 수많은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 시민단체도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172석의 다수당이 법안 발의 후 2~3주만에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형사절차에 관한 기본법을 사실상 전면 개정하면서 청문회와 공청회 등 숙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다수의 일방적인 입법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마련된 국회의 안건조정 제도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형해화하고 있는 점도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장검사들은 검찰총장과 고위 간부들을 향해 "검수완박법은 범죄방치법"이라며 "박탈되는 것은 검찰의 수사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으로 범죄 수사와 재판 실무 현장은 큰 혼란을 감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형사사법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님과 국회의장님, 여야 국회의원님들께 이 사안의 역사적 의미와 헌정사에 끼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판단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며 "국민들께서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