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유럽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제재 조치를 강화해 무역 갈등으로 이어질 경우 심각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각) S&P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그로엔발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하방 시나리오가 있는데, 거시 경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변수 중 하나는 러시아와 유럽 간 무역 갈등"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대러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EU는 현재 러시아산 원유 단계적 금수 방안 논의를 앞두고 있다.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처에 찬성하는 것과 달리 EU 최대 경제국으로 러시아산 원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현재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은 올해 여름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절반으로 축소할 순 있지만 완전히 금수하기에는 연말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과 유럽 각국의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엄격한 제재를 부과한 '비우호(unfriendly)' 국가들에 대해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받을 것이라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루블화로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구매자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면서 천연가스 공급을 언제든 끊을 수 있다고 협박했다.
그로엔발트는 러시아와 EU간 갈등이 단순히 에너지 수출입 차단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문제도 있고 (치솟는) 원자재 가격 문제, 니켈이나 티타늄 같은 유럽의 산업재 수입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국과 함께 글로벌 제조 허브 중 한 곳인 독일과 러시아의 무역 갈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금융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엔발트는 "(러시아와 독일 간 무역갈등은) 국내총생산(GDP) 감소와 고용 감소, 신뢰도 하락 등으로 이어져 일종의 거시 금융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바로 그 점이 시장 분위기를 바꿀 것으로 우려되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독일과 러시아 간 무역 규모는 직전해 대비 34.1% 급증했다. 독일의 대러시아 수입은 같은 기간 54.2% 급증했고, 수출 역시 15.4% 늘었다.
리서치 컨설턴트 업체 우드 맥킨지도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무역에 변화가 생겨 세계 경제가 "더 영구적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터 마틴 우드 맥킨지 리서치 담당이사는 이번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국 간에만 형성되는 등 글로벌 경제가 지역별로 나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