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2심 유죄→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처벌규정 문언 해석상 직접 훼손자는 대상 아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텔레비전을 설치한 어린이집 원장이 스스로 영상을 삭제해 훼손한 경우 '훼손당한 자'를 대상으로 하는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울산 모 어린이집 원장인 A씨는 지난 2017년 11월 경 한 원생의 부모로부터 '담임교사가 아이를 방치한 것 같으니 CCTV 녹화내용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자 CCTV 영상이 녹화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녹화된 영상정보가 삭제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정부는 2015년 5월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통해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4에 따르면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는 아동학대 방지 등 영유아의 안전과 어린이집 보안을 위해 CCTV를 설치해야 하고 기록된 영상정보를 6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또 CCTV를 설치하지 않거나 영상정보 보관 등 관리의무를 위반한 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반면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 3항에 의한 안전성 확보조치를 하지 않아 영상정보를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 규정을 뒀다.
A씨는 영상정보를 60일 동안 보관하지 않은 행위로 구청으로부터 40만원의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았는데 검찰은 A씨가 안전성 확보조치를 취하지 않아 녹화영상정보가 훼손되게 했다며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해당 규정에 대해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어린이집 운영자를 처벌한다는 취지로 해석해야 하고 이 사건처럼 어린이집 운영자가 스스로 영상정보를 훼손하거나 분실한 경우에는 위 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A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어린이집 운영자가 저장장치를 버리거나 파기하는 등 적극적인 행위를 한 경우 보건복지부 고시에 규정된 저장장치 보관의무를 위반하는 것에 해당하고 그 위반의 결과 영상정보는 훼손을 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집 운영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고시 위반으로 평가되는 이상 그러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해 어린이집 운영자의 영상정보가 훼손된다면 벌칙 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항소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영상정보를 삭제·은닉 등의 방법으로 직접 훼손한 자는 영유아보육법상 처벌대상이 아니고 행위자가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울러 "벌칙 조항인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에 따라 처벌되는 자는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위반해 영상정보가 훼손당하는 등 결과적으로 원장, 보육교사, 영유아의 사생활을 노출시키지 않을 의무를 위반한 자를 가리킨다"며 "여기에 스스로 영상정보를 훼손한 자까지 포함한다고 보는 것은 규정 체계나 취지에 비춰보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에는 죄형법정주의 원칙, 구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에서 정한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