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 일부가 이달 초 열렸던 키이우(키예프) 회담 후 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키이우에서 회담 직후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 협상단 중 최소 2명이 충혈, 찌르는 듯한 눈의 통증과 눈물, 얼굴과 손의 피부 벗겨짐 등의 증상을 보였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자료=월스트리트저널] 2022.03.29 koinwon@newspim.com |
소식통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몇 시간 동안 시력을 상실했으며, 이후에는 식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독 증세를 보인 또 다른 협상단 멤버는 크름반도의 국회의원 루스템 우메로프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평화회담에 반대하는 러시아 내 강경파의 소행으로 의심된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누가 이 같은 일을 벌였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이들의 증세는 많이 호전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브라모비치가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났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무런 증상을 겪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서방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세가 생화학 무기나 일종의 전자기 방사선 공격에 의한 것인지 밝혀내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2020년 신경작용제 중독 사건을 조사했던 네덜란드 탐사보도 단체 벨링캣의 크리스토 그로제프 수석조사관은 이들의 증상을 찍은 사진은 보았으나 협상단의 일정이 촉박했던 관계로 증세를 보였던 멤버를 살펴볼 시간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격이 살해 목적은 아니고 경고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첼시FC의 구단주이자 러시아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전쟁을 멈추기 위한 협상에 긴밀히 관여해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마리우폴 시민들의 안전한 대피 등 인도주의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협상에 참여 중이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아브라모비치에게 제재를 부과하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아브라모비치는 현재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올라있다.
다만 이번 독극물 의심 사건에도 불구하고 아브라모비치는 계속 평화회담에 관여할 생각이라고 WSJ는 그의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이르면 현지시간으로 29일부터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5차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터키 정부는 28일 회담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밝혔으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협상단이 28일에나 터키에 도착하기 때문에 당장 이날 회담 시작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양국 대표단은 협상을 통해 민간인 대피를 통한 인도주의적 통로 설치 등에 합의했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 철회 등에서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크름반도 문제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루한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 인정 등 영토 문제에서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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