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상 금융·물류 제재에 국내 수출 기업 '당혹'
오리온·팔도도 당장 생산 영향 없지만 '노심초사'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롯데푸드가 올해 러시아에 캔햄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국제사회의 제제와 환율 하락 등 위험부담이 커지자 러시아 진출 계획을 거둬들인 것이다.
동서식품, 오뚜기, 삼양식품 등 수출기업들은 환율·물류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오리온, 팔도, 롯데제과, KT&G 등 현지 생산·판매를 진행하는 업체들도 사태 장기화에 대한 준비작업에 착수하는 등 식품업체들이 러시아 리스크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러시아에 '캔햄' 선보이려던 계획 중단...금융·물류제재에 수출 제동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푸드는 러시아 대상 캔햄 수출 확대 계획을 최근 중단했다. 당초 롯데푸드는 캔햄 수출 국가를 올해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수출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07.20 romeok@newspim.com |
롯데푸드는 2019년부터 국산 캔햄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푸드의 캔햄 수출 중량은 2018년까지 100톤 이하였지만 2019년 347톤, 2020년 1111톤으로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캔햄 수출량이 누적 2929톤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국내 전체 캔햄 수출 중량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수치로 싱가포르,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칠레, 멕시코 등 8개국에서 수출 성과가 급성장한 결과다. K푸드의 인기로 동남아 국가세어 한국 제품의 이미지가 높아진데다 보관성이 좋고 품질도 우수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높은 인기를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성장에 힘입어 롯데푸드는 올해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몽골, 일본 등의 수출 판로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국가별 맞춤 제품을 기반으로 수출국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7월 필리핀, 10월 태국 수출 시작하는 등 수출국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국제 사회의 제제로 현지의 사업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자 롯데푸드는 러시아 관련 사업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국제사회의 금융 및 물류 제제 등 제재 수위가 높아진데다 환율 하락도 나타나면서 수출 부담이 급격히 커져서다. 기존 러시아에 일부 수출하던 다른 품목들도 최근 추가 발주를 멈춘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물류난, 금융 이슈 등 러시아 현지 상황 악화로 기존 계획을 진척하기 어려운 상황"며 "캔햄 진출 관련한 업무는 잠정 중단했으며 현지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동서식품 등 수출기업도 울상...물류난에 환율리스크
기존 러시아에 수출을 진행해온 식품기업들은 영업위축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들이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는 주요 품목은 롯데칠성의 '밀키스', 동서식품의 '프리마', 오뚜기의 '마요네즈',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등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금융망 퇴출, 물류 중단 등 각종 제재가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앞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현지 은행에 대한 금융거래를 중단한데 이어 국내 은행들도 최근 제재 대상인 러시아 은행 7곳과의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오는 12일부터는 해당 7개 은행들이 국제 결제망에서 전면 차단될 예정이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금융 제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글로벌 항공·운항사들도 러시아 운항 중단에 나서는 등 금융·물류대란이 현실화되면서 식품업체들의 러시아 수출로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루블화가 급락하면서 환율 리스크도 적지 않다. 원화 대비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국내 수출 제품들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은행이 스위프트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당장 금융거래에 문제는 없다"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업계 전반적으로 수요 위축, 제품 가격 경쟁력 하락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루블 및 달러 환율 추이 |
오리온, 롯데제과, 팔도, KT&G 등 러시아 현지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경우 수출기업에 비해 금융 제재에 따른 피해가 비교적 덜한 편이다. 수출 기업들은 대금 결제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반면 현지 생산 기업은 국가 간 금융 거래보다 현지 운영 자금 및 재투자 비중이 높아서다. 다만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이익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초코파이'로 러시아 현지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당장 생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오리온은 현재 3개월 분량의 원재료를 확보했으며 올해 상반기 내 가동을 목표한 러시아 트립쪼바 신공장 건설도 변동없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 현지법인에 340억을 투입해 초코파이 생산라인을 확대한 롯데제과와 '도시락' 컵라면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팔도, 그리고 현지에 담배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KT&G도 현재 생산·판매에 영향은 없으며 현지 사업 및 주재원 안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은행이 스위프트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당장 금융거래에 문제는 없다"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업계 전반적으로 수요 위축, 제품 가격 경쟁력 하락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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