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KBS 베이징 올림픽 해설위원으로 활약중인 전 국가대표 선수 이상화가 동료 고다이라 나오의 부진에 눈물을 흘리며 한일 국민들을 뭉클하게 했다.
이상화 해설위원은 13일(한국시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미터 예선 경기에서 고다이라가 17위의 부진한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눈물을 흘렸다. 이후 그의 눈물에 일본 네티즌들은 물론 매체들마저 "4년 전 서로를 위로하고 포옹한 데 이어 한일 팬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라며 두 사람의 뜨거운 우정을 조명했다.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에 출전한 한국 이상화가 은메달을 확정짓고 눈물을 흘리자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다가와 위로하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는 한일 스피드스케이팅을 대표하는 선수로 지난 2018년 평창 올림픽에 이어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이상화는 1989년, 고다이라는 1986년생으로 나이차가 있지만 현역 시절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두 사람은 이제 중계석의 해설자와 일본 대표선수로 이번 올림픽에서 만났다.
고다이라는 지난 평창 올림픽에서 이상화를 제치고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상화는 그 뒤를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이후 2022년 베이징에서 17위에 그친 고다이라를 보며 이상화는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이겨낼 줄 알았는데, 심리적인 압박이 정말 컸던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고다이라의 경기 후 이상화는 취재진에게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고다이라의 레이스여서 지켜보기 힘들었다"며 "대회 전 고다이라를 만났는데 나에게 '다시 한 번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챔피언은 영원한 챔피언'이라고 용기를 줬다"면서 그와 나눴던 대화를 전했다.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에 출전한 한국 이상화가 은메달을 확정지은 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와 함께 트랙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
고다이라 역시 경기 후 공동 인터뷰에서 이상화를 찾았다. 그리곤 한국어로 "상화.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요. 저는 오늘은 안좋았어요"라고 말하며 지켜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했다. 이어 일본어로 "계속 분발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일본 네티즌들은 "친구로, 라이벌로 뛰었던 두 사람의 우정이 정말 아름답다" "둘의 우정이 한일관계의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면서 감동의 반응을 쏟아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상화 해설위원의 눈물에 감동이 확산되고 있다"며 "올림픽 현장에서 고다이라의 경기를 중계하다 눈물을 짓던 이 해설위원의 모습이 공개되자 SNS에선 국경을 넘은 두 사람의 우정을 나타내는 글들이 잇따랐다"고 이 상황을 전했다.
한편 이상화는 이날 한국 국가대표 여자 선수인 김민선(의정부시청)이 10조 경기에서 37초 60으로 7위를 차지하고 "후회 없는 레이스를 했다"고 말하자 재차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혼자서 운동하는 게 쉽지 않은데 그걸 이겨냈다. 김민선에게 좀 더 많은 팁을 줄 걸 그랬나 싶다. 내가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