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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삼프로에게 듣는다]①주연화 "옥석 더 가려진다"

기사입력 : 2022년01월18일 17:26

최종수정 : 2022년01월18일 17:26

글로벌 미술계 20년 누벼온 주교수
"작품별 가격차 더 벌어질 것"
"유럽·미국 주도 현대미술, 亞 곧 패권 쥔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이른바 '불장'이라 불렸던 2021년에 이어 세계 미술시장은 올해도 호황이 예상된다. 글로벌 미술계를 리드하는 하우저앤워스, 가고시안, 페이스, 데이비드즈워너, 화이트큐브 등의 메가 갤러리들은 연초부터 야심찬 기획전을 쏟아내며 2022년 전시스케줄을 공표했다. 기존 프로그램과는 전혀 궤를 달리 하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지구촌 컬렉터들을 빨아들인다는 전략이다.

경매회사들도 이에 질세라 전열을 다지고 있다. 소더비 경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인 73억달러(한화 8조7000억원)를 달성하며, 크리스티 경매(71억달러, 8조5000억원)를 2위로 밀어낸바 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올해를 신규 컬렉터및 MZ세대 컬렉터를 더욱 확실히 유인하는 해로 삼고, 다채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이와함께 온라인경매와 NFT디지털아트 부문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세계 미술시장에 호황의 새 시대가 왔듯 한국 미술시장 또한 예전의 시장이 아니다. 바야흐로 아트컬렉션에 '전쟁'이 시작됐다. IT와 벤처, 주식및 부동산으로 유동성 자금을 확보한 슈퍼리치들은 미술품을 투자대상으로 보고 매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소득의 MZ세대 또한 블루칩 작품 투자에 팔을 걷어부쳤다. 미술시장에 이처럼 신규 컬렉터가 대거 유입되며 올해도 뜨거운 호황이 예고된다. 그러나 한국 미술시장의 토대는 아직 허약하다. 1월초 화랑과 경매사간 갈등이 불거져 나왔고, 외국 유력 갤러리의 잇딴 서울지점 개설로 화랑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막 미술품 수집에 발을 들여놓은 컬렉터들은 변화무쌍한 아트마켓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증이 날로 커져간다.

이에 뉴스핌은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3인의 전문가에게 한국 아트마켓의 현황과 전망을 들어보는 '미술 삼프로에게 듣는다'를 기획했다. 그 첫번 째로 아라리오갤러리와 갤러리현대의 디렉터로 20여년간 글로벌 미술계를 누벼온 주연화 교수(홍익대학교)를 만나, 호황의 미술시장을 진단하고, 향후 트렌드를 예측해봤다.

[서울=뉴스핌]이영란 기자=국내외 미술시장에서 20년간 활약하고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주연화 교수. 아트마켓에서는 모든 작품이 다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옥석을 가려 수집할 것을 권했다. [사진=뉴스핌 DB] 2022.1.18 art29@newspim.com

미술시장 전문가로서 최근과 같은 호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일각에선 벌써 거품론도 나온다.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호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호황이 이어졌다. 특히 2006년과 2007년의 미술시장 열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 등이 파산하며 미술시장이 곤두박질쳤다. 한국도 빠르게 시장이 얼어붙으며 작품값이 급락했다. 그러다 2012년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성장으로 점차 회복됐고, 2017년 중국이 성장의 고삐를 죄면서 살짝 조정을 받긴 했으나 완연한 호조세로 돌아섰다. 특히 근래들어 핀테크, 온라인 비즈니스, 가상화폐 투자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부자들이 등장하고,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미술투자도 늘며 장이 뜨거워졌다. 이 흐름을 주목한 젊은 부유층이 가세하며 시장의 사이즈가 갑자기 커졌다. 코로나팬데믹으로 가로막혔던 시장이 다시 풀리며 '불시장'이라 불러도 될정도다. 지난해 내 주변의 갤러리스트들은 모두 엄청난 수요에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런데 2007년에 유입된 고객들은 자신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묻지마식 투기(스페큘레이션)를 했다. 하지만 요즘 신규 컬렉터들은 다르다. 과거의 묻지마식 투자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한결 스마트해진 20~40 컬렉터들은 본인의 취향도 분명하고, 공부도 많이 한다. 물론 정보력도 대단하다. 때문에 미술시장 호황은 적어도 2,3년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문제는 주식 및 부동산시장, 금리인상 등 아트마켓 외적 시장요인을 잘 살피며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규 컬렉터가 모두 현명한 투자를 하는 건 아닐텐데. 물론 예외도 있다. 별로 신통치않은 작가인 데도 '투자메리트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작품을 허겁지겁 구매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믿을만한 갤러리나 딜러로부터 작품을 사면 그렇지 않을텐데 안타깝다. 외국의 애매(?)한 갤러리와 직거래를 하며 가짜작품을 사들여 속을 끓이는 고객도 봤다. 도처에 수상한 꾼들이 널려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신규로 편입된 컬렉터들은 대부분 실력이 만만찮아 당하는 예는 많지 않다. 이들은 자금력도 탄탄해 호황을 견인할 것으로 예측된다. 작품별, 작가별로 약간의 숨고르기가 있을 수 있겠으나 시장사이즈가 확연히 커져 그 폭은 작을 거라 본다. 국내 뿐아니라 전세계 마켓이 공히 호황인 점도 활황세를 유지하게 할 요인이다. 단 급격하게 거품이 낀 작품, 국내 시장에 국한된 '안방용 작품'은 가격이 빠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작품은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다. 옥석이 확실히 가려진다는 얘기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최근 20년간 두드러진 변화를 요약한다면? 10년, 20년 후는 어떻게 예측하나? 극단의 자본주의, 세대의 전환, 디지털의 확장과 동시에 아날로그에 대한 열망, 이를 '피지털'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아트마켓은 현재 물리적 세계와 비물질적 세계, 오프라인과 온라인,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 중이다. 그 가운데 디지털 공간에서 미술을 전시하고, 소유하고, 유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더욱 확장될 것이다. NFT아트와 메타버스는 거스를 수 없는 마켓이 될 거라 본다. 양극화 현상도 커질 것이다. 모든 작품이 공평하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살 때 잘 사야 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기자=주연화 교수가 아라리오 총괄디렉터로 재직하며 선보인 인도네시아 작가 에코 누그르호의 자수회화 'A Pot Full of Peace Spells'. [사진=아라리오갤러리] 2022.1.18 art29@newspim.com

한국미술계에서 20년간 글로벌 마켓을 최전선에서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 꼽힌다. 아트마켓에 들어온 계기는.대학시절 전공은 철학이었다. 딱딱한 철학강의만 듣다가 우연히 수강한 미술사 수업에 흠뻑 매료돼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그리곤 유학을 준비했는데 지도교수 추천으로 천안의 한 갤러리(아라리오)로 면접을 보러갔다. 취업할 생각은 없었으나 천안 거리에 키스 해링, 데미안 허스트 같은 유명작가의 대단한 조각들이 놓여있는 걸 보고 마음을 바꿨다. 그리곤 초짜 큐레이터임에도 저돌적으로 일했다. 밤새 일 생각을 거듭하다가 새벽 5시에 출근할 정도로 일중독이었다. 나를 뽑았던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은 해외출장마다 데리고 다니며 일을 배우게 했다. 김 회장은 '천안을 뉴욕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각국의 중요한 현대미술품을 컬렉션했다. 가고시안, 화이트큐브 같은 톱 갤러리의 거물딜러, 세계적인 작가들과 일했으니 내게는 더없이 값진 경험이자 훈련이었다. 물론 고생도 무지하게 했다.

미술품 투자자를 감상이 주목적인 경우, 즐기면서 투자수익도 기대하는 경우, 투자가 목적인 경우로 분류했다. 과거에는 감상과 향유가 주목적이었다. 미술품을 재판매(리세일)해 수익을 거둔다는 개념도 별로 없었고, 재판매할 수 있는 채널도 많지 않았다. 수집을 위한 수집, 곧 진정한 컬렉터들의 시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판매 채널이 크게 증가해 누구나 리세일과 수익창출이 가능해졌다. 이에 작품감상을 즐기면서 투자수익도 기대하는 컬렉터들이 크게 증가했다. 시장이 호황일 때는 오로지 투자만 목표로 하는 그룹이 급등하는데, 이들은 컬렉터라기 보다 '트레이더'이다. 투기 목적의 고객은 시장이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작품을 손절하고 빠져나간다. 작품을 내던지듯 하고 등을 돌리는 단타족들로 인해 시장이 다소 출렁일 소지도 없지 않다.

신규로 시장에 진입한 MZ세대, IT및 금융계 고객은 기존 고객과 어떻게 다른가? MZ세대와 IT및 금융계 고객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MZ세대는 정보취득력이 좋고, 취향도 분명하다. 예산이 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타나면 주저없이 구매한다. 하지만 중장년 고객보다 작품을 보유하는 기간은 현저히 짧다. 2021년 UBS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MZ세대의 평균 작품보유기간은 3-4년에 불과하다. 한편 IT계 컬렉터들은 온라인 세일을 즐기고, NFT아트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작품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고 이들이 디지털 아트만 구입하는 건 아니다. 해외의 거물급 IT컬렉터 중에는 자코메티 조각같은 최고의 블루칩에 거침없이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

시각예술 부문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온 영국이 전통의 미술강국 프랑스를 눌렀다. 영국 현대미술이 한동안 강세였다가 최근엔 프랑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심은 언제든 이동하는 법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중국 최고의 예술시장인 상하이에서 8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자면 영국-독일-미국에서 이제는 아시아 작가로 판도가 이동 중이다. 한국 컬렉터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트렌드다.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중국미술과 일본미술,한국미술이 차지하는 비중과 특징은?중국이 대부분, 그리고 일본, 인도 순이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이다. 물론 중국 작품 중 상당수는 '내수용 작품'이지만 워낙 로컬시장의 사이즈가 커서 글로벌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은 가능하면 글로벌로 나가야 하는데 여전히 국내마켓에 안주하는 '로컬형 작품'이 많다. 이를 뚫는 게 관건이고, 결국은 작가와 화랑에 달렸다. 국내용 작품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반짝하고 값이 오를지 모르나 5~10년 이후까지 인기가 계속 유지되긴 힘들 것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미술현장을 수년간 경험하며 그 특징을 연구했다. 중국 미술시장은 글로벌 넘버1이 될 수 있을까? 최근 NFT아트의 주요 구매자들은 대부분 아사아계 핀테크 거부들이고, 이들은 화교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필립스경매를 통해 NFT아트를 구매한 아시아계 거부들은 이제 쟈코메티, 앤디 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같은 '웨스턴 아트'를 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톱 갤러리들은 홍콩과 상하이에 지점을 열거나 현지인력을 기용해 중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는 서울에 지점을 내고 있다. 크리스티, 소더비의 딜러들도 아시아를 수시로 찾아 신흥부호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바쁘다. 20세기 초중반 유럽에서 미국으로 시장이 넘어왔듯, 이제 아시아로 그 흐름이 움직이고 있다. 시장적 측면에선 중국이 '글로벌 넘버1'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이미 마켓의 축이 중국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국제적 수준의 미술관, 갤러리, 작가, 기획자, 비평, 아카데미가 여전히 부족하고, 미술계 전반의 컨텐츠 수준이 떨어져 '진정한 넘버1'이라 하기엔 곤란하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요즘 한국에서도 쿠사마 야요이 열풍이 대단하고, 나라 요시토모, MR 등 일본 작가 작품의 인기가 엄청나다. 또 이즈미 카토, 수수무 카미조 같은 젊은 작가 작품도 날개 돋힌듯 팔린다. 왜 인기일까? 두가지 측면을 봐야 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글로벌하게 알려진 블루칩 작가는 다카시 무라카미,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가 꼽힌다. 그런데 무라카미와 요시토모에 비해 쿠사마의 작품값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미술사적 가치를 보면 쿠사마가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아니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쿠사마 작품의 미술사적 가치, 미학적 가치가 한동안 저평가됐기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젊은 세대들이 미술시장에 많이 들어온 것도 이유라 하겠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자란 세대이기에 일본의 감각적인 현대미술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인다. 이들은 쉽고, 직관적인 작품을 좋아하고, 맘에만 들면 주저없이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

NFT아트가 부상 중이다. 일부 문제도 있으나 확산이 예고되는데. 블록체인은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다. 이에 기반한 디지털 이미지의 NFT화는 지적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어서 앞으로 확장될 것이 틀림없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과도한 가격상승이라든가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NFT아트를 유통하는 업체의 등장이 그 것이다. 그러나 도도한 흐름은 벌써 시작됐다. 누구도 거스릴 수 없고, 실력있는 프론티어들이 디지털 아트마켓을 장악할 것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기자=전위적인 퍼포먼스 페인팅 작업으로 국제미술계에서 각광받으며 최근 글로벌 톱갤러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건용의 2020년 작품 'Bodyscape 76-1-2020', 캔버스에 아크릴릭, 152x171.5cm [사진=갤러리현대] 2022.1.18 art29@newspim.com

개인적인 스토리도 궁금하다. 20년 현장경험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기억나는 순간들이 많다. 우선 2005년 런던에서 아라리오 베이징의 개관을 알리는 이벤트를 열었던 때가 생각난다. 베이징에서 대형 창고건물을 개조해 현대미술 갤러리로 만들었는데 그 과정을 독립영화처럼 찍은 후, 런던의 미술계 인사들을 모아놓고 맥주파티를 하며 공개했다. 그러자 런던 바닥에 아라리오 베이징에 대한 이야기가 삽시간에 퍼졌다. 색다른 홍보로 첫 출발을 효과적으로 알린 것이다. 2011년에는 갤러리현대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외국 미술관 공략과 해외 아트페어 진출에 주력했다. 2012년 갤러리현대는 '프리즈 뉴욕'(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했는데 이 때 실험미술가 이승택의 작품(1959년작)을 아주 특색있게 전시해 영국 테이트미술관에 판매했다. 그러자 테이트의 이사진(보드멤버)과 슈퍼컬렉터들이 앞다퉈 이승택 작품을 샀다. 페어에 나온 작품 10여점이 대부분 팔렸다. 정말 짜릿했다. 개인적으로 외국의 정상급 미술관에 작품을 판매한 첫 경험이었고, 이승택 작가로서도 해외 미술관과 세계적 컬렉터에게 작품을 판매한 첫 사례였다. 2014년 중국에서의 일도 기억에 남는다. 아라리오가 중국 베이징에서 대규모로 운영하던 갤러리가 적자누적 등으로 철수가 결정된 때였다. 현지로 발령받은 나는 베이징에 있던 아라리오의 본거지를 상하이로 옮길 것을 회사에 제안했다. 힘들게 개척했던 중국에서의 기반과 평판을 허무하게 잃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상하이에 새 화랑을 만들면서 아라리오는 글로벌 아트마켓의 최전선에 설 수 있게 됐고, 국제경쟁력도 다지게 됐다. 나 자신도 상하이에 체류하며 중국미술의 잠재력과 역동성을 속속들이 경험할 수 있었다. 지난해 신뢰할만한 중국 사업가의 투자까지 받아내 곧 상하이 웨스트번드에 최신의 아라리오상하이가 문을 열고 신사업을 전개한다.

시장전문가로 그치지 않고 대학강단에도 서게 됐다. 미술관 학예사를 생각하고 미술계에 들어왔는데 시장전문가가 됐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실무자를 뛰어넘어, 시장 전체를 분석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싶어 학업을 병행하게 됐다. 20년간 경험한 미술시장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었는데, 박사학위를 받고 홍익대학교에서 강의하게 됐다. 현장업무도 흥미롭지만, 올해부터는 연구와 강의에 집중하려 한다. 지난 20년동안 해외프로젝트와 아트페어 참가를 위해 외국에 머무는 날이 더 많았다. 한 달에 대여섯 번씩 여행가방을 쌌다, 풀었다 한 적도 있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 더 넓은 세계에 도전하고, 많은 후배들을 기르고자 한다. 물론 미술경영이라는 학문은 실용학문이기에 현장을 늘 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단에 서면서도 현장과의 끈은 놓지 않을 것이다.

미술시장을 정확히 꿰뚫어 보려면 미술사를 알아야 하는데. 이론의 중요성은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은 현재를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다. 미술품은 '상품'이 아니다. 미술품이 지닌 복합적인 가치들, 즉 미술사적 가치, 미학적 가치, 경제적 가치 등이 입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술사적 가치를 모른다면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살필 수 없게 된다.

국내외에서 롤모델이 될만한 컬렉터를 지근거리에서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들의 특징은? 작가가 그 작품을 만든 심리와 컨셉을 정확히 읽어낼 줄 안다. 그리고 다양한 작품들을 정말 끝없이 보고, 공부도 줄기차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잘 아는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바로 그런 예다. 말레이시아의 컬렉터 아즈만도 좋아한다. 열정적인 수집가인 이즈만은 자신의 취향이 분명하고, 일반 대중과 작품을 공유하려 한다. 필리핀의 컬렉터 폴리노도 롤모델이다. 그는 아트페어 때마다 "우리 필리핀 작가 작품 없느냐?"고 묻는다. 한국의 슈퍼컬렉터들도 해외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진다면 유수의 갤러리들이 한국 작품을 소개할 것이다. 그런 컬렉터를 보고 싶다.

당신도 개인적으로 컬렉션을 하고 있는가. 어떤 작품인지 귀뜸해달라. 자연스럽게 조금씩 사왔다. 끌리는 작품을 주로 샀는데, 가끔 안사곤 못 베길 작품을 만나곤 한다. 그동안 고객의 컬렉션만 신경 써왔는데 앞으론 나의 컬렉션도 방향성을 만들고 싶다. 정강자의 1970년대 강렬한 자화상, 김순기의 타겟 페인팅, 이우환의 1980년대 '바람', 케이지 우에마츠의 1970년대 사진, 이건용의 페인팅 등 나름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모았다. 미술사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게 컬렉션에서도 나타난다. 앞으로도 의미있는 작품들을 가능한 범위에서 꾸준히 수집할 것이다.

#주연화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글로벌MBA, 서울대학교에서 미술경영 박사를 취득했다. 갤러리현대 기획실장, 아라리오갤러리 한국 중국 총괄디렉터, 아라리오상하이 법인장을 역임했고, 독일국가브랜드혁신회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9년 코로나로 귀국한 후 아라리오 총괄디렉터로 활약했고 현재는 아라리오갤러리 고문이자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문화예술경영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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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윗집 발망치 소리, 내년부터 끝" [세종=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지난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세종시에 위치한 이곳에는 주택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여러 시험동이 있지만, 5층짜리 실제 아파트 건물 한 동이 눈에 들어왔다. 출입구 한켠에는 'db35lab(데시벨 35 랩)'이란 영문과 숫자 표기가 부착돼 있었다. 아파트 1층 내부에 들어가야 이 표기의 의미를 알게 됐다. 이는 LH가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보다 낮은, 도서관처럼 조용한 집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층간소음기술연구소의 시험동 이름이다. 층간소음 등급별 시연 모습 [사진=국토부기자단 공동] 거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2층의 층간소음을 일으킬 수 있는 런닝머신, 책상과 의자, 공 등의 도구들이 보였다. 우선 화면을 통해 윗층에서 아래층에 전달되는 성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줬다. 말 그대로 '발망치' 소리였다. 들려오는 소음은 49데시벨로 4등급 수준이다. 층간소음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2005년 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일부에서 이러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중량충격음이다. 이번에는 실제로 윗층에서 걷는 소리를 듣는 순서였는데, 귀를 쫑긋 세우지 않고서는 소음을 느끼기 어려웠다. 미세한 진동음이 들리긴 했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어 1m 높이에서 3kg 무게의 공을 떨어뜨리는 실험도 시연됐다. 이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중량충격음으로, 역시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운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만, 이곳의 실제 시연에서는 역시 진동음이 확 줄었다. 의자 끄는 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음이어서 경량충격음이라고 하는데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했지만, 실제 시연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충격음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데는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에 맞춘 성능으로 시공된 바닥 때문이었다. 기존 슬래브 두께보다 두꺼운 250mm로 시공하고, 그 위에 40mm 복합완충재와 30mm 고밀도몰탈 및 와이어 메쉬 등을 함께 깔아 놓은 바닥재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기술은 202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슬래브 두께는 210mm로 상대적으로 얇고 낮은 등급의 완충재와 일반 몰탈을 적용해 3등급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를 매년 개선해 온 결과 올해 1등급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LH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실험동 연구에 그치지 않고, LH 공동주택 각 현장에 실증 시공을 하면서 실증 결과 데이터를 쌓아왔다. LH가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단지는 양주회천 A15블록으로, 당시 3등급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평택고덕 ab57-2블록에 2등급 수준으로 끌어 올려 적용했다. LH 연구원 관계자는 "이 같은 1등급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과 공법을 연구해 왔다"면서 "47개의 기술 모델 개발과 총 1347회에 걸친 실증을 거쳐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해 내년부터 주택 설계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1등급 기준 설계로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공동주택 24평형(전용면적 59㎡) 기준으로 가구당 300만~400만 원의 공사비가 더 소요되는 것으로 LH는 추정하고 있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층간소음 1등급 설계 적용 때문에 수분양자의 분양가 상승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자체 원가절감과 함께 정부 재정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공사비 상승의 주요인인 슬래브 두께를 슬림화하면서도 1등급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감지기를 통해 경고 알람이 뜨는 월패드 시연 장면 [사진=국토교통부기자단 공동] 층간소음 1등급 설계는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구축에서는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LH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층간소음 감지기를 IT업체와 협력해 개발 중이다. 바닥에 여러 차례 충격을 줄 경우, 층간소음 감지기의 센서가 작동해 해당 세대 월패드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는 알람이 뜨도록 하는 장치다. 정승호 LH 스마트주택기술처 팀장은 "구조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일 수는 없겠지만,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기준을 해당 세대에게 알림으로써 아래층 이웃과의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시연은 기존 공동주택에 적은 비용으로도 층간소음을 저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팸투어에 참여한 국토교통부 기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층간소음 1등급 바닥구조 [사진=뉴스핌DB] LH는 바닥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국한하지 않고, 옆 세대와의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소음 저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벽간소음을 저감하는 소음 차단 성능 1등급 벽체 구조는 2019년 11월부터 이미 설계에 반영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화장실 배관이 아래층을 통하지 않고 각 세대 내에서 설치되는 자체 배관을 적용해 배관을 통해 전달되는 소음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내구성이 좋은 장수명 주택,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가변형 평면 구성이 가능한 라멘 구조 주택, 레고처럼 조립·건설하는 모듈러 주택 등 주택 건설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주택 유형에도 층간소음 1등급 접목 방안을 모색해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LH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 저변을 민간으로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민간의 고성능 신기술을 발굴하고, 다양한 1등급 기술 요소의 시장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는 층간소음 기술 마켓을 통해 6개의 고성능 기술을 발굴했으며 LH 공공주택 현장에서 그 성능을 검증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LH는 층간소음 1등급 적용 확산을 위해 db35lab을 내년 3월부터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자체 층간소음 시험 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에 데시벨 35랩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해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LH는 또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 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더불어 자체 기술 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시공·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에 대한 기술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한준 LH 사장은 "2년 전 취임 당시 제일 먼저 강조한 게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이었다"면서 "내년부터는 LH가 짓는 모든 아파트에 1등급 기준을 적용해 국민 일상의 생활 고통을 덜어주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벽식 구조의 공동주택에서 벗어나 라멘(기둥식) 구조와 모듈러에도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을 적용해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주택의 근간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dbman7@newspim.com 2024-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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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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