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새 먹거리 부상한 'STO'
미국·일본 등 2019년에 제도권 편입
금융당국 "고려해야 할 지점 많아"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증권형토큰(STO)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토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 홍콩 등은 이미 STO에 대한 법적용 여부를 결정짓고 시장 양성화에 힘쓰고 있는 반면 국내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조차 없기 때문이다.
4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6월부터 STO에 대해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TO는 주식처럼 회사 자산을 기반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더 넓게 해석하면 주식·채권·부동산·미술품 등에도 활용할 수 있고, 토큰에 투자한 투자자는 소유권·지분·이자·배당금 등의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STO는 혁신적 자금조달 방식으로 약 3년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비트코인이 6000만원 아래로 급락한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있다. 2021.12.29 kimkim@newspim.com |
하지만 정부가 지난 2018년 모든 형태의 가상자산공개(ICO)를 금지한다고 발표한 이후 별다른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으나, 주요국들이 속속 STO를 제도권에 편입하면서 금융위도 부랴부랴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앞서 미국은 일찍이 지난 2019년 신생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STO를 승인했다. 특정 STO의 증권성 여부를 확인하고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증권에 대한 규제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일본도 2019년 주요 증권사들이 STO 지원을 위한 협회를 결성하는 등 민간 주도의 움직임이 일었고, 동시에 정부도 관련 규제를 마련하면서 제도권 편입을 결정했다. 독일과 러시아, 홍콩, 싱가포르 등도 STO 관련 규제를 손질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지난해 9월 '가상자산의 제도적 수용방향'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면서 논의에 불씨를 당겼다. 해당 연구 용역은 STO의 역할과 이를 수용했을 때의 기대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골자다.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역시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STO는 중앙집중형 단일장부만을 운영해 오던 전자등록기관의 업무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너무나 큰 현실적인 위협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라면서 "STO 전용 발행·유통 플랫폼 구축 로드맵을 마련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분산장부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모델과 조직체계를 재설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STO 제도권 편입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증권사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STO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으로 결정되면 사실상 코인 거래 중개시장과 달리 증권사들이 독점 경쟁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나 빗썸 등 거래소는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돼 있을 뿐, 증권거래소나 투자증개업 인가를 받은 것은 아니어서 STO 시장 진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검토가 해를 넘어가면서 금투업계 내부에선 금융위가 사실상 STO 제도권 편입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선진국에서는 이미 2~3년 전에 STO를 증권으로 판단하고 관련 규제책까지 모두 마련한 상황인데 국내만 유독 STO의 제도권 편입을 망설이는 모습이다"며 "STO 도입에 따른 시장 혼란이나 부작용, 역기능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검토를 꼼꼼히 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만 살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금투업계의 기대와 달리 금융위는 여전히 STO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토큰 특성상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STO라고 불린다고 해서 모두 증권으로 판단할 수 없고, 각 국가의 현행법에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STO를 증권으로 판단할 요소가 있느냐 하는 부분은 각 국가마다 고려해야 할 지점이 다르다"며 "STO의 순기능 뿐만 아니라 역기능이나 분쟁 발생 상황 등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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