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상장 5개월 만에 자진 상장 폐지
홍콩증시 상장 관련 구체적 계획은 미공개
홍콩 기술주 매도세, 알리바바 역대 최저치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지 5개월 만에 자진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리고, 대신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키로 했다.
3일 디디추싱은 공식 웨이보를 통해 "신중히 검토한 끝에 뉴욕증시 상장 폐지 작업에 착수했다"면서 "동시에 홍콩증시 상장 준비 작업에도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홍콩증시 상장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주 중국 규제 당국이 데이터 유출 우려를 이유로 디디추싱에 뉴욕증시 상장을 폐지하라는 압박을 가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뤄진 것이다.
앞서 디디추싱은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30일 중국 당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이를 통해 44억달러(약 4조979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지난 2014년 250억 달러를 조달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이후 뉴욕증시 상장 중국 기업 중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였다.
하지만 디디추싱의 상장 강행 이후 중국 당국은 지속적으로 디디추싱을 압박해왔다.
상장 이틀 후인 7월 2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디디추싱에 국가 데이터 안보와 국가 안보, 공익을 수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디디추싱에 대해 인터넷 안전 심사에 나섰고, 심사 기간 동안 디디추싱의 신규 이용자 등록을 중단시켰다.
이어 같은 달 4일에는 디디추싱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이유로 자국 앱 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을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자진 상장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홍콩증시에서는 중국 대형 과학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유입되며 하락세가 연출되고 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표 기술주의 주가를 반영한 항셍테크지수(HSTECH)는 오전장 마감가 기준 2.32%의 낙폭을 기록했다.
2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연말 미 의회를 통과한 '외국기업문책법(HFCAA)'의 세부 규정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또한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돼 있는 홍콩증시 기술주에 악재로 작용했다.
해당 세부 규정은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외국계 기업은 해당 국가 정부의 소유인 지를 공개해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상장 폐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소식에 알리바바(9988.HK)는 이날 오전장에서 장중 한때 5% 이상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 = 디디추싱 웨이보] 3일 디디추싱(滴滴出行)은 공식 웨이보를 통해 뉴욕증시 자진 상장폐지 소식을 알렸다. |
pxx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