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인생에서 되게 큰 감사와 영광을 얻는 것 같아요. 조상우의 결말이 아쉽긴 하지만, 그 캐릭터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라 만족스러워요."
배우 박해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통해 또 한 번의 인생 작품을 남겼다.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서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 작품에서 박해수는 인간의 본성을 가장 현실감 있게 그려낸 조상우로 등장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해수 [사진=넷플릭스] 2021.09.30 alice09@newspim.com |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신기해요. 이런 인기를 예상했다기보다 작품에 대한, 그리고 시나리오에 대한 확신은 있었어요. 이렇게까지 많이 봐주시고,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어서 그저 감사한 상황이죠(웃음). 소재나 스토리를 즐겁게 봐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그 안에 제가 있다는 것도 감사해요."
박해수는 '오징어게임'에서 전작인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김제혁과 또 다른 인물을 연기했다. 이번에 맡은 조상우라는 캐릭터는 어릴 때부터 수재였던 인물로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빚더미에 앉은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번 게임에서 유일한 '엘리트'이기도 하다.
"조상우를 연기하면서 그가 생각하는 판단들에 대해 제가 공감하는 게 제일 중요했어요. 감독님과 '엘리트 반열에 오른 사람이 경쟁사회에서 하는 합리적 판단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상우의 판단과 그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했기에 고민하는 시간도 많았어요."
조상우는 게임 안과 밖의 모습이 많이 다른 사람이다. 게임 안에서는 생존을 위해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지만, 사회에서는 따스함이 공존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박해수는 그의 따스함을 다르게 해석했다.
"상우가 따스함과 이기적이 공존하는 인물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과연 상우의 마음이 진정으로 따뜻한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선한 마음이 없는 친구는 아니지만, 극중 알리(아누팜 트리파티)에게 차비를 건네는 건 본인이 도울만한 사람은 돕겠다는 가치관이 있었던 것 같아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길 바랐죠. 그래서 상우가 더 무섭게 다가오기도 했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해수 [사진=넷플릭스] 2021.09.30 alice09@newspim.com |
'오징어게임'에서는 어린 시절 추억이 게임들을 소환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줄다리기까지. 하지만 작품 속에서 이 게임들은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른들의 시선에 맞춰 목숨을 담보로 한 잔혹한 게임으로 그려졌다.
"제일 무서웠던 건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요. 촬영할 때도 그랬는데, 완성본을 보고 나서도 제일 무섭더라고요. 각 캐릭터들이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작품에 들어가 있는데, 처음부터 몰살을 하잖아요. 그게 참 참혹하더라고요. 현장에 있었던 인형의 위압감, 공포도 있었고요. 아직도 그 눈은 정말 무서워요(웃음)."
이번 작품에는 반전도 존재한다. 상금 456억원을 갖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하며 끝까지 생존했던 조상우가 성기훈(이정재)과 최후 2인으로 남았을 때 시청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로 흐른다. 바로 상금을 포기하고 기훈에게 최후 1인의 자리를 넘겨주기 때문이다.
"상우의 그 행동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결론을 내렸을 땐 상우의 행동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이면서 가치 있는 일이더라고요. 기훈이 오징어 게임을 하다 게임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 상우가 손을 잡으려고 내미는 마음이 있어요. 그 장면도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상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시즌2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결말은 100% 만족해요. 캐릭터가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해고요. 어쩔 수 없는 불쌍한 선택이지만, 그 캐릭터는 그렇게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해수 [사진=넷플릭스] 2021.09.30 alice09@newspim.com |
박해수는 2007년 연극 '미스터 로비'로 데뷔해 무대에서 오랜 생활을 하다 매체 연기로 넘어왔다. 2012년 드라마 '무신'으로 매체 연기를 시작한 이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후 스타덤에 오르며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연기하며 터닝포인트가 되는 3개의 작품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극무대에서 계속 생활하다 매체로 넘어오게 됐는데, 연극을 할 때 조광화 선생님의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을 한 적이 있었어요. 정말 많이 배웠거든요. 그게 첫 번째 터닝 포인트 작품이에요. 다음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이고요. 많은 관심을 받고, 저를 알리게 된 계기였죠. 마지막 세 번째는 이번 '오징어게임'이 될 것 같아요. 하하. 이런 관심과 사랑을 받을 줄 몰랐거든요."
연극으로 시작한 만큼, 박해수를 다시 무대 위에서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있다. 현재 영화와 드라마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연극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연기 목표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연극 계획은 항상 세우고 있어요. 좋아하는 극단 형들과 작품을 준비 중이고요(웃음). 아마 내년이면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하. 연기를 하면서 큰 변신을 하면서 기대를 드리기보다, 작품에서 설득력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 캐릭터에 맞는 옷을 입는 자연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요. 배우 인생 중에서 지금 큰 감사와 영광을 얻는 것 같은데, 다음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