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984년 이후 40여년 간 '전원 승낙' 판례 유지
"의사에 반하므로 처벌해야" vs "지나친 형벌권 확장"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아내가 내연 관계에 있는 남성을 공동 거주자인 남편의 허락 없이 집으로 들여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경우 내연남에게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9일 나온다. 동거인 전원의 승낙을 받지 않는 경우 주거침입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판례가 40여년 만에 바뀔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두 건의 주거침입 혐의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내린다.
앞서 A씨는 피해자 B씨의 아내와 내연관계를 유지하면서 B씨가 없는 시간에 부부가 사는 집에 세 차례 들어가 부정한 행위를 한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유죄로 보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등 2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위해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착석해 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의 동의만을 받고 집에 들어갔을 때 주거침입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다. 2021.06.16 pangbin@newspim.com |
또 다른 사건은 별거 중인 부부 중 한 명이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집에 들어간 경우다. C씨는 자신의 배우자와 부부싸움을 한 뒤 짐을 챙겨 나갔는데, 이 집에는 C씨의 처제가 머물고 있었다. C씨는 약 한 달 뒤 자신의 부모님과 부부의 집으로 갔으나 처제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현관문 걸쇠를 부순 다음 집으로 들어갔다.
이 사건의 1심은 C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C씨의 부모님은 1,2심 모두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이라고 판단한 1984년 판례를 40여년간 유지하고 있다.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주거에서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간접적으로 반하는 경우 다른 거주자의 지배·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 하에 남편이 일시 부재중 아내가 성관계를 위해 내연남을 집으로 들이는 것은 주거침입으로 처벌돼왔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현존하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고 들어간 경우에는 주거의 사실상 평온이 깨졌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법은 지난 6월 이 두 개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당시 공동의 거주자의 주거의 평온을 해한 행위이므로 주거침입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검찰 측 의견과 현실적인 측면에서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는 제3자만 집에 들어오는 건 불가능하다는 변호인 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근수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한 명의 승낙이 있었다는 이유로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출입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출입승낙의 자유보다 각자 주거의 자유 및 평온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첫번째 사안은 남편 부재중 처의 승낙을 받고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들어간 것으로서, 추정적 승낙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 명시적 반대가 예상되는 사안"이라며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로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사건에 대해서도 "처제의 명시적 반대에도 걸쇠를 손괴하고 들어간 것이고, 이는 출입과정에서 걸쇠를 파손하는 범죄행위를 수반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국가의 형벌권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구성원 사이에서 주거 출입에 관한 의견대립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공동체 내부에서 해결돼야 한다"며 "이런 경우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면 결과적으로 국가가 형벌을 통해 주거내 의견일치를 강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두 번째 사건의 변호인 역시 "가족 공동체 내부의 갈등은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형벌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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