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24년간 국내 MMORPG 터줏대감
리니지 시리즈로만 누적 매출 10조
'마지막 리니지', 리니지W로 글로벌 도전장…"지구촌 놀이터로"
[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리니지의 아버지 '택진이형'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19일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신작 '리니지W'를 '세계인의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리니지를 통해 현재의 엔씨소프트 성공신화를 쓴 김 대표의 글로벌 프로젝트 서막이다.
21일 관련업계와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김 대표는 '리니지 시리즈'로 24년간 국내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 시장의 군주로 불린다. PC 온라인 게임은 '리니지(1998년)'와 '리니지2(2003년)'로 이끌고, 모바일 게임은 '리니지M(2017년)'과 '리니지2M(2019년)'으로 선도했다.
이제는 그가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리니지W의 'W'가 의미하는 것은 'WORLD(월드)'"라며 "전세계 다른 문화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리니지W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리니지W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 캡처] |
◆리니지 하나로 '성공신화'…대한민국 1세대 MMORPG
김 대표는 1997년 자본금 1억원과 거주하던 집을 처분해 엔씨소프트를 창업했다. 이듬해 출시한 '리니지'는 한국 PC방 문화를 이끌며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후속작 '리니지2'까지 흥행세를 이어갔다. 리니지 누적 매출액은 2007년 1조원을 달성했고 2013년 2조원, 2016년 3조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거침없었다. 리니지는 2016년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시작으로 2017년 '리니지M', 2019년 '리니지2M'을 연이어 출시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리니지 형제'로 불리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에서 차례로 1,2 위를 기록했다. 특히 리니지M은 출시 후 3년 9개월 간 선두 자리를 지켰다.
리니지는 오늘날까지 엔씨소프트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매출 2조원을 달성했을 당시 리니지에서만 전체 매출액의 80%가 발생했다.
리니지2M은 8496억원(35%), 리니지M은 8287억원(34%)을 기록했다. '모바일 리니지'에서만 70%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 셈이다. 원조 격인 리니지와 리니지2는 각각 1756억원(7%)과 1045억원(4%)으로 선방했다.
[사진 제공 = 엔씨소프트] |
◆게임에서 사회적 현상으로…세상 밖으로 나온 '집행검'
국내에서 리니지의 영향력은 게임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니지 내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사회적 용어로 자리잡거나, 사회적 현상으로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리니지를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린저씨' '집행검'이라는 단어는 크게 낯설지 않다. 린저씨(리니지+아저씨)는 게임 아이템에 최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투자하는 30~50대 이상의 충성고객을 뜻한다.
집행검은 리니지에서 가장 값비싼 아이템이다.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10억원대에서 거래된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집판검'으로 불렸다. 집을 팔아야 살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뜻이다.
집행검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다양하다. 일례로 지난 2013년 집행검 강화에 실패한 60대 게임 이용자가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아이템 복구 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아이템을 강화하려다 착오로 집행검을 잃었다는 주장이었다. 집행검은 강화 정도에 따라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강화에 실패하면 아이템은 소멸한다. 소송 결과는 이용자의 패소였다.
집행검은 야구장에도 등장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NC다이노스는 우승 당시 집행검을 뽑아 들었다. NC다이노스의 구단주인 김 대표는 우승 확정 직후 마운드로 뛰어나와 집행검을 가리고 있던 천을 거뒀다. 김 대표와 선수들은 집행검 세레머니로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사진 = NC다이노스 페이스북 캡처] = 2020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집행검'을 들어올리고 있는 NC다이노스 선수단. |
◆국내 MMORPG 평정…'리니지 외길 24년'으로 글로벌 공략
김 대표는 지난 19일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리니지를 흔히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며 "리니지W는 세상 사회의 축소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니지W 글로벌 서비스는 단순히 게임 서비스 지역을 여러 국가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리니지W는 '글로벌 원빌드'를 구현해 동일한 서버에 다양한 나라의 유저들이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언어장벽은 인공지능(AI) 번역 기술로 해결한다. 이용자들은 게임 채팅창을 통해 외국어를 자국어로 번역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보이스의 경우 텍스트로 전환돼 즉시 번역이 가능하다. 다양한 국적의 이용자들이 서로 협동하거나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된 셈이다.
이날 김 대표는 "리니지 시리즈의 확장이 아닌 리니지 자체의 완성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 아쉬움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한다는 심정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리니지W를 향한 이용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리니지W 사전예약은 국내 MMORPG 장르 중 역대 최단 기록을 쓰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사전예약은 15시간 만에 200만명을 넘었다.
freshwat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