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광화문 연가'가 죽음을 앞둔 마지막 1분, 꼭 찾아가야 할 소중한 기억과 진실을 돌아본다. 한국이 사랑한 추억의 명곡들이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작곡가 고 이영훈의 명곡들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이번 시즌엔 윤도현과 엄기준, 강필석,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 양지원, 황순종, 홍서영 등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회상하는 광화문의 추억을 익숙한 노래와 환상적인 무대로 구현해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광화문 연가' 공연 장면 [사진=샘컴퍼니] 2021.08.03 jyyang@newspim.com |
◆ 익숙하지만 다소 식상한 포맷…배우들 열연으로 완성되는 이야기
'광화문 연가'는 세대를 초월하는 감성의 고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이미 만들어진 노래들을 토대로 스토리를 짜다보니 초기 설정부터 디테일 하나하나가 꼭 맞물리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 작품은 시작과 동시에 주인공 명우(강필석)가 죽음을 앞두고 심폐소생 중이고, 과거의 기억을 바로잡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 중에 인연을 관장하는 월하(김성규)가 무대에 등장해 장단을 맞춘다.
아쉽게도 죽음을 앞둔 주인공, 과거로 시간 여행, 80년대 대학생활의 향수 같은 요소들은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이미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이다. 특히 뮤지컬과 공연을 자주 접한 이들이라면 더욱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연을 처음 접하는 대중이나 80년대 엄혹한 시절을 살아왔던 5060 중년 세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광화문 연가' 공연 장면 [사진=샘컴퍼니] 2021.08.03 jyyang@newspim.com |
아주 익숙하고 조금은 식상하게도 느껴지는 서사를 메우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강필석은 명우 역으로 시종일관 어안이벙벙해 하면서도 집중력있게 극을 끌고 간다. 극의 해설자이자 명우에게 깨달음을 안기는 존재 월하 역의 김성규의 연기도 능청스럽다. "여기가 어디야?" "당신 누구야?" "그냥 즐겨"라는 식의 맥락없이 티키타카식으로 대사를 주고 받아도, 그 행간을 채우는 힘은 오롯이 배우들의 호흡에서 나온다.
◆ 2021년에 돌아보는 30년 전 서울, 그리고 첫사랑…'명곡의 힘'은 여전
2006년 초연을 올린 후 15년이 지난 현재, 극중 배경인 1984년은 꽤 먼 과거가 됐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엄혹한 시절을 그려내는 동시에, 젊은 시절의 풋풋한 첫사랑을 추억하기 위한 장면들도 다수 삽입됐다. 다만 매 순간 민망할 정도로 정제되지 않은 상황과 대사들의 연속이다. 지질하기까지 한 과거 명우와 학생운동에 투신하는 첫사랑 수아, 극 말미 나오는 반전까지 세련되게 연출된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2021년을 살아가는 관객들이 얼마나 이 극에 공감할지 다소 의문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광화문 연가' 공연 장면 [사진=샘컴퍼니] 2021.08.03 jyyang@newspim.com |
그럼에도 고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은 빛을 발한다. 강필석, 김성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애수' '빗속에서'는 절로 공연장을 추억에 젖게 한다. 뛰어난 가창력과 서정성으로 무장한 배우들의 감성이 이 공연을 지탱하는 든든한 대들보다. 올 화이트로 치장된 대규모 사선형 계단과 환상적인 무대효과도 공연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해준다. 모두가 사랑하는 고 이영훈 작곡가, 이문세의 명곡을 라이브로 듣는 재미만으로도 티켓값은 아깝지 않다. 오는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