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일자리 창출 같이 가야...속도조절 필요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요즘 계산대에선 점원보다 손님이 더 바빠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근무하는 한 아르바이트생의 말이다. 그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계산할 때 점원이 할 일이 많지 않다. 손님들이 선택하는 항목을 읽어주는 수준"이라며 "일은 한결 수월해졌지만 기계에 대체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근 커피숍, 식당, 마트 등의 무인화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 셀프계산대가 급속히 늘었을 뿐만 아니라 점원이 있는 계산대에서도 무인화의 전 단계인 일명 '셀프화'가 진행 중이다. 메뉴 선택부터 포인트 적립, 카드 결제, 그리고 QR코드 입력까지 모두 소비자가 직접 움직이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손이 바빠진 대신 점원의 역할은 절차 안내 정도로 줄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07.19 romeok@newspim.com |
셀프계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점원의 도움을 받아 직접 선택하고 결제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 무인화 방식을 익히고 있다. 현장에서 무인시스템 적용은 사실상 시간문제가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무인화가 빨라진 이유로 코로나19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꼽는다. 국내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10%대로 오른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2.9%, 1.5%로 인상률이 줄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은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본격적인 무인화 적용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문제는 무인화 추세가 가속화될수록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커피숍 점원, 마트 계산원 등 시급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위협받게 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1인 창업과 무인 창업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최저임금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무인화 추세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자영업자들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시간 조정, 집합금지 인원제한 등 행정재제로 타격을 입은 외식업주 5명 중 1명(18.5%)은 종업원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시장도 암울하다. 지난달 국내 구직단념자는 58만 3000명으로 2014년 이래로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만 오른다면 많은 시급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고용주에게도 달갑지만은 않다. 무인시스템을 도입할 만큼의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경우 설 곳이 더 좁아지기 때문이다.
완전 무인화가 이뤄지면 현장에는 소수의 점원과 셀프계산대만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업주와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의미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최저임금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올리지 않는 편이 낫다. 무인화가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이에 맞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앞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국민들이 일자리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무인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현상이 일자리 창출 속도를 앞서지 않도록 최저임금 인상률 재검토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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