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34조원 베팅'
성공시 파운드리 3위 도약..삼성전자 바짝 추격
삼성전자 투자·M&A '감감 무소식'
총수 부재에 경영 위축...'2030 비전' 빨간불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뛰어들며 삼성전자가 비상이다.
인텔이 200억 달러(23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데 이어 300억 달러(34조원)를 들여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나선 것.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를 따라잡기 바쁜 삼성전자로서는 인텔의 거센 추격까지 받으며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도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171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지만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며 미국 투자와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결단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세계 4위권의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수 있다는 소식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복수 관계자들을 인용해 인텔이 300억 달러(34조원)에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 2009년 AMD의 실리콘 웨이퍼 제조 부문을 분리 매각해 설립된 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 회사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글로벌파운드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TSMC(대만), 삼성, UMC(대만)에 이어 4위권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3위를 차지했다. 만약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게 되면 대만과 한국이 장악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 미국이 가세하며 반도체 패권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1위 TSMC와 큰 격차로 2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의 경우 인텔의 추격이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인텔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막대한 자금을 투입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인텔은 지난 3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200억 달러(23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에선 공장 가동과 고객 확보까지 걸리는 시일을 감안해 글로벌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기까지 3년의 시간을 예상했다. 하지만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게 되면 곧장 시장에 진입해 2위 삼성을 겨냥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150여 곳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고 12나노(nm) 시장에서 안정적 사업 환경을 갖추고 있다. 5나노, 3나노 선단공정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TSMC에 비해 기술력 격차는 있으나 여전히 12나노 시장의 수요는 풍부한 상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세계 최고의 종합 반도체 회사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TSMC와 삼성에 비해 양산 기술력이 뒤쳐졌다"며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게 되면 인텔은 초미세 공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전했다.
인텔의 부상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목표로 내세운 삼성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 5월 국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71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미국에도 170억 달러(19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국 신설 공장의 경우 현재 공장을 가동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 등을 비롯해 후보지를 검토 중이나 인센티브 협상이 수개월째 이어지며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총수 부재가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역시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M&A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추경 예산에 맞먹는 수십조원의 투자나 M&A에 대한 의사 결정이 늦춰질 수 밖에 없다"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인 만큼 최종 결정권자가 공백인 상황에서 결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