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 시절 행정처에 사법부 관련 수사자료 유출한 혐의…1심 무죄
이태종 "검찰이 권한 남용해 기소"…항소심 내달 19일 선고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이 서울서부지방법원장 재직 당시 수사자료를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태종(61·사법연수원15기) 수원고법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8일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장판사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이 나모 서부지법 기획법관으로부터 수사상황을 보고받고 행정처에 보고하도록 했는데 원심은 이러한 진술을 못 믿겠다고 판시했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장판사는 최후 진술에서 "검찰이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권한을 남용해 자의적으로 기소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yooksa@newspim.com |
그는 "1심에서 밝혀졌듯 수사 절차에서 법관과 직원을 조사하며 사소한 흠을 잡아 겁주기도 하고 위축된 사람들에게 강요된 진술을 얻어냈다"며 "검사가 회유협박을 하는 게 과연 법치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검찰 조사를 받은 지도 벌써 3년 가까이 됐는데 이 시간은 평생 법관으로 살아온 제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며 "이 사건을 겪으며 조사와 재판을 받은 많은 이들이 아직 법원만이 기댈 수 있는 언덕임을 느끼고 있다. 현명한 재판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잘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변호인 역시 최후 변론에서 "검사가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검사의 항소에는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십 년간 재판업무에 충직으로 임해왔고 오히려 너무 철두철미하게 업무를 한 것으로 인물평이 나 있었다"며 "아마도 당시 피고인은 집행관 비리 시정 차원에서 철저히 업무할 것을 직원들에게 전했을 뿐 다른 저열한 목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 부장판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내달 19일 내려진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2016년 서울서부지법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운호 게이트'가 사법부 비리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2019년 3월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는 검찰이 당시 서울서부지법 소속 집행관들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것을 알게 되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임 전 차장으로부터 수사 진행상황과 사법부 전체로의 수사 확대 여부를 보고해달라는 지시를 받은 이 부장판사는 기획법관을 통해 수사 기밀을 행정처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수사 확대 저지 목적에서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고 인정되지 않고 직권남용에 해당할 여지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