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대포통장 비중 1금융권이 64%
카뱅, 신규 대비 대포통장 비율 높아
"비대면 영업 구멍 뚫리면, 근간 흔들"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통장 중 60% 이상이 1금융권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중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대포통장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높아 비대면 영업의 취약점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은행권에서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채권 소멸절차 개시공고를 집계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말)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카카오뱅크‧케이뱅크에서 발생한 대포통장 계좌는 총 9256개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증권사 등을 포함한 전 금융권 비율로 보면 1금융권의 대포통장 비중은 64.3%를 차지한다. 사실상 10개의 통장 중 6~7개가 시중은행에서 나온 대포통장이란 얘기가 된다.
대포통장은 채권소멸절차가 개시된 계좌를 말한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금융사기에 이용된 계좌에 대해 즉각 지급정지를 해야 하고 이후 금감원에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를 요청해야 한다. 대포통장은 범죄조직이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로 만든 통장으로, 금융사기범죄 또는 강력범죄에 악용된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대포통장 수가 1810개(12.6%)로 가장 많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1550개(10.8%)로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많은 비중을 나타냈다. 뒤이어 하나은행 1387개(9.6%), KB국민은행 1247개(8.7%), NH농협은행 964개(6.7%), 카카오뱅크 963개(6.7%), 케이뱅크 120개(0.8%)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시중은행 못지않은 대포통장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농협은행과 대포통장 수가 같으면서도 신규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카카오뱅크에서 상반기 개설된 신규 입출금 계좌 수는 101만개로, 이중 963개의 대포통장 비율은 0.1%다. 농협은행의 상반기 개인‧법인 신규 입출금 계좌 수는 124만1135개로, 964개 대포통장의 비율은 0.08%다.
농협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점포를 가지고 있어 고객 수, 계좌 수 등이 인터넷은행과 비교하면 아직도 압도적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간편함과 비대면을 무기로 시중은행 못지않게 급성장했다. 카카오뱅크는 점포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기업 고객없이 개인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모든 대포통장은 개인 고객 계좌다.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실명 인증으로 7분 내외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없이 계좌이체를 할 수 있고 계좌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 친구에게 간편 송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간편함 뒤에 가려져 보안이 취약해진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에도 주운 주민등록증으로 핸드폰을 발급받고 비대면으로 은행 계좌를 개설해 문제가 됐었다"며 "카뱅같은 인터넷은행은 비대면이 사업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구멍이 뚫리면 사업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인터넷은행처럼 시중은행들도 비대면 업무를 더욱 확장할 텐데, 지금 시스템보다 고도화된 개인확인 작업 등이 요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