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운영 경험 이점...구축 비용·부지 확보 등 난관 해소 기대
한난·현대차·정유사, 특수법인 '코하이젠' 설립...충전소 확충 '탄력'
[편집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가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환경 대표 에너지로 꼽히는 '수소'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흐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인 정유업체들의 변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정유사들은 이제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소밸류체인 완성을 구상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시범적으로 주유소·LPG 충전소에 전기·수소 공급을 추가한 융복합 에너지스테이션을 도입했지만 수소충전소 구축에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실 한국은 수소차 보급률이 전 세계 1위이지만 충전인프라는 일본, 중국 등에 비교해 뒤쳐져 있다고 지적된다. 정부가 충전소 보급에 압장서고 있지만 주유소와 비교해 구축 비용과 부지 확보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직영 주유소를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충전소 구축, 운영에 나선다면 이점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에너지 모빌리티 융복합스테이션 이미지 [사진=GS칼텍스] 2020.03.18 yunyun@newspim.com |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는 그룹 차원에서 수소사업 전담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해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만큼 역할 분담도 확실하다. SK E&S와 SK가스 등에서 생산한 수소를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가 설립하는 수소충전소를 통해 판매할 구상이다.
SK에너지는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시 SK에너지 주유소와 LPG 충전소 부지 내에 첫 수소충전소의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SK에너지가 보유 중인 전국 115개 직영 주유소 자산을 SK리츠에 매각했는데 이를 통해 확보한 7638억원을 수소 충전소 등을 짓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한국가스공사와 액화수소 생산과 충전소 설립까지 협업할 예정이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 평택 LNG 인수기지 안에 연 1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 설립을 추진중이며 이 시점에 맞춰 수도권과 중부권에 액화수소 충전소 수십 곳을 세우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현대자동차와 서울 강동구에 수도권 첫 충전소를 구축해 운영중이다. 또한 현대차 등과 함께 제주도·전라남도 여수시·경기도 광주시에도 추가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도 국내 수소 1위 기업을 목표로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현대중공업그룹을 등에 업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유4사 CI. [사진=각사] |
충전소 구축 목표도 가장 구체적으로 밝혔다.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개 충전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많은 직영주유소 400여개를 보유해 이를 활용한다면 수소사업 진출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쓰오일도 올해 들어 신사업 분야 중 하나로 수소사업 진출을 결정한 만큼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물을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서울 시내에 복합 수소 충전소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정유사 마다 개별적인 추진 계획도 세우고 있지만 현대차,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손잡고 특수목적법인(SPC) '코하이젠(KOHYGEN)'을 설립해 충전소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코하이젠은 지역난방공사(29%)가 최대주주로 현대차(9.5%), SK에너지(9.5%), GS칼텍스(9.5%), 에쓰오일(9.5%), 현대오일뱅크(9.5%), SK가스(9.5%), E1(9.5%), 에어리퀴드코리아(4.5%) 등 9개사를 주주로 설립됐다.
코하이젠의 설립목적은 버스‧트럭 등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35개소 구축이며 올해 10개 기체 충전소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액화 충전소 25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각 정유사들도 충전소 구축에 각기 역할을 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 패러다임이 화석연료에서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사업 초기 단계에 정유사들이 빠르게 진입해 국내 수소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