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근로기준법 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유급휴가 적용 안돼
"대통령령으로 규율한 '국민 휴식권'…현행 법 체계 제고 필요"
"대체공휴일법 논쟁, '차별적'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나아가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대체공휴일법'을 둘러싸고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적용 대상에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시키면서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시킬 경우 근로자의 휴일에 대해 규정한 근로기준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법조계에선 대체공휴일법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정치 및 법조계에 따르면 '공휴일에 관한 법률(대체공휴일법)' 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이어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이자 절기상 입하인 지난 2019년 5월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분수를 보고 즐거워 하고 있다. 2019.05.06 mironj19@newspim.com |
다만 국민의힘 측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과 관련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의결에 불참하면서 법안 채택은 여당 단독으로 이뤄졌다.
대체공휴일법에 따르면 주말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에는 대체 공휴일이 부여된다. 어린이날, 추석, 설에만 적용되던 대체 공휴일이 모든 공휴일로 확대되는 것이다. 제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올해 하반기에는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 등이 적용 대상이다.
문제는 대체공휴일법이 현행 근로기준법과 법률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유급휴가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5조 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이란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 제2항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 및 3조에 따른 공휴일 및 대체공휴일을 의미한다.
즉, 기존 공무원에게만 제공되던 법정 공휴일이 민간 기업 근로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지난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해당 규정은 오는 2022년 1월 1일부터 상시근로자 수 3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다. 하지만 동법 11조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체공휴일법이 통과돼 올해 안에 시행된다고 해도 근로기준법에 의해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대체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내년이 돼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0.12.22 leehs@newspim.com |
이런 이유로 법조계와 노동계에선 대체공휴일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근로기준법상 관련 규정을 개정하거나 두 법률간 적용 순서를 규율하는 방식으로 충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이 평등하게 휴식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다'는 당초 법률안 제안 이유와 정면 충돌하게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상필 노무법인 도원 대표노무사는 "현재 국회는 행복추구권을 기초로 국민의 휴식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행 근로기준법 때문에 유급휴일이 정당한 이유 없이 차등 적용될 수 있다"며 "대통령령으로 국민의 휴식권을 규율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의 적합성에 대해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휴일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이번 계기에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인수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주 52시간 근무제나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도 할 수 없다. 직장 내 괴롭힘에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대체공휴일법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까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번 논쟁이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