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인수전에 등판한 네이버...신세계와 연합전선 구축하나
'온·오프 쇼핑공룡' 연맹 등판에 인수전 재점화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신세계와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연합작전을 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싼 몸값에 따라 흥행 실패 우려까지 나왔던 이베이 인수전이 네이버 등판에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 왼쪽),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사진=각사] 2021.01.28 nrd8120@newspim.com |
◆이베이 인수전에 등판한 네이버...신세계와 연합전선 구축하나
24일 유통·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네이버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가 최대주주가 되고 네이버가 2대 주주가 되는 식이다.
신세계가 연합전선 구축을 제안하고 네이버는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관련해 네이버와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업계는 신세계와 네이버가 손을 잡고 이베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양측의 답변을 살펴보더라도 "논의 중이지만 세부적인 사안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앞선 지난 3월 신세계와 네이버가 2500억원 규모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쇼핑 동맹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 많다.
당시 두 기업의 지분 맞교환을 반(反)쿠팡연대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으로 5조원의 실탄을 확보한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 장악에 속도를 낸다면 점차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네이버와 신세계가 힘을 합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견해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1.01.26 hrgu90@newspim.com |
신세계가 네이버 연합작전 카드를 꺼내든 것은 높은 매각가액 때문이다. 이베이 측은 이베이코리아 희망 매각가로 5조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의 현금성 자산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이마트의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에 그친다. 신세계까지 더하면 2조4000억원이다.
네이버가 합류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네이버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신세계와 네이버가 힙을 합치면 본입찰에서 '통큰 베팅'도 가능한 셈이다.
네이버에게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쿠팡이 대규모 물류 인프라를 토대로 한 직매입으로 이커머스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은 네이버에겐 부담이다. 시장 점유율 3위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우월한 시장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17%의 점유율로 거래액 1위 사업자에 올랐다. 쿠팡은 13%, 이베이코리아는 12%로 네이버에 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네이버(약 27조원)와 이베이코리아(약 12조원), SSG닷컴(약 7조6000억원)의 거래액을 합치면 50조원의 '초대형 커머스 연맹'이 탄생하게 된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지난해 이커머스 거래액과 점유율. 2021.03.11 nrd8120@newspim.com |
◆'온·오프 쇼핑공룡' 연맹 등판에 인수전 재점화...롯데·신세계 2파전 압축
오프라인 유통 공룡인 신세계와 온라인 쇼핑공룡인 네이버의 연맹 등판에 이베이 인수전은 다시 재점화될 전망이다. 해당 인수전은 사실상 롯데와 신세계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다음 달로 예정된 본입찰 적격후보자명단(숏리스트)에 오른 업체는 신세계, 롯데쇼핑, SK텔레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등 4개사다.
이커머스 내에서 존재감이 약한 롯데와 신세계가 인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만약 경쟁사에 이베이를 뺏긴다면 향후 이커머스 시장 선두권과의 격차를 줄이기 더 힘들어지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롯데가 신세계에 비해 자금력에서는 우위에 있다. 롯데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4조2000억원이다. 시장에서 이베이 인수가액으로 4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롯데가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힌다.
SK텔레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유일한 재무적투자자(FI)인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세계와 네이버가 연맹을 맺는다면 SKT와 MBK파트너스의 컨소시엄 구성 결정도 빨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베이를 인수하기 위해선 자금 마련이 해결해야할 최우선 과제"라며 "네이버와 손을 잡게 되면 인수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전략적 사업제휴를 맺은 만큼 이번 인수전에서도 연합작전으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