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과제 키워드 분석 통한 비교·매칭 활용
전문가 "정확성·신뢰성·경제성 충분히 살펴야"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국가 기초과학 연구과제를 평가하는 심사위원 후보자 가운데 절반 가량은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으로 선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AI 기반의 과제 평가 및 선정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올 들어 1~5월 기준으로 기존의 분야기반 추천과 빅데이터 기반 평가자 추천을 합한 전체 평가 후보자 추천인원은 13만1127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6만6324명(50.57%)은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해 평가후보자로 선정됐다.
한국연구재단은 빅데이터 기반 평가자추천 시스템을 활용해 과제 선정을 하고 있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2021.05.17 biggerthanseoul@newspim.com |
빅데이터 기반 평가자 추천시스템은 연구자가 제출한 연구과제계획서의 키워드를 분석하고 재단이 보유한 연구정보(연구과제, 연구자, 성과)의 키워드를 분석한 뒤, 비교·매칭을 통해 유사도가 높은 사람을 평가후보자로 추천해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원래 평가후보자 추천 업무는 전문위원이 맡고 있다.
평가자추천 시스템은 같은 기간 2만3290개의 과제에 적용·활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데이터 기반 평가자추천 시스템 시범구축 사업을 통해 마련됐다. 2018년 기초연구사업 중 지역대학 우수과학자사업(2018년 3월 20일~26일, 551과제)에 시범 적용한 게 처음이다.
올해의 경우, 평가 후보자 절반에 달하는 규모가 이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가장 큰 규모인 셈이다. 현재 평가자추천 시스템은 기초연구, 인문사회연구, 국책연구, 국제협력 등 여러 사업본부의 실제 사업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AI 전성시대를 앞두고 당장은 최종적인 과제 선정까지 AI 기술이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과학기술계는 이미 과제 평가 등이 AI로 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AI 자체로 보더라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를 학습해서 매칭률을 높이고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설계된다"며 "빅데이터 수준의 시스템이라고 하지만, 큰 범주에서 볼 때 이미 AI 과제 선정이 이뤄진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AI로 직접평가를 수행할 계획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이고, 경험도 축적되면 AI로 직접평가를 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를 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평가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들린다.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정확성, 신뢰성, 경제성 등을 충분히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AI가 연구 과제의 창의성까지 제대로 평가해줄 것인가라는 의문도 함께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들린다.
과기부 관계자는 "향후 AI를 통해 연구개발 과제를 선정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과제 선정 기관이 필요로 한다면 관련 제도 개선이나 예산 반영 등도 고려해 볼 것"이라며 "사람이 직접 선별하는 과정과 AI를 통한 평가 시스템을 충분히 따져 부작용이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다각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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