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목전에 두고 253개 지역위원장 공모
국민의당 "야권 전체 주요 자산 될 것"
국민의힘 "지분 요구 위한 포석 깔기"
[서울=뉴스핌] 이지율 기자 =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추진중인 국민의당이 지역위원장 공모에 나서면서 독자 행보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국민의당은 지난 12일 당 홈페이지에 "오는 21일까지 전국 253개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공모한다"는 공고문을 올렸다. 그러면서 "중도 실용 정치를 펼쳐 나가며 야권의 혁신적 대통합과 정권 교체에 헌신할 역량 있는 분들을 모시고 자체적으로 조직 정비를 하는 차원"이라며 "참여하신 모든 후보자는 향후 야권 전체의 주요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선거만 치렀던 국민의당은 이후로도 선거구별 지역위원장은 따로 두지 않아왔다. 국민의당은 현재 7개 시도당 위원장만 둔 상태다.
[사진=국민의당 홈페이지] |
이에 국민의힘은 합당을 목전에 둔 "지분 알박기"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과의 통합 시 지분 요구를 위한 포석을 깔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정비를 서두른다는 주장이다.
실제 4·7 보선 직후 양당 합당 논의가 한창일 당시 국민의힘 일각에선 "3석 정당 국민의당과 지역위원장직을 나눠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상욱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은 "아무리 정치가 세력 대 세력, 계파 대 계파의 지분 싸움이라지만 지역위원장 공모 소식은 황당하다"며 "통합이 힘들 것 같으니 스스로 독립하기 위해서, 아니면 통합 논의 시 지분 알박기를 위해서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어 "다른 사람 눈에는 뻔히 보이는데 본인만 아니라고 우긴다면 이 또한 너무 자기중심적"이라며 "(세상이 안철수 대표 중심으로 돈다는) 안동설(安動說)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지역위원장 공모를 국민의당 독자노선 추구로 해석하여 국민의힘과 합당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지분 요구를 위한 '알박기' 운운하는 것도 모욕적"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구시대 사고방식에 찌든 기득권 논리이고 타당의 정상적인 정당 활동에 대한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마치 야권 영역 전체를 특정 정당의 땅인양 기정사실화하며 국민의당을 마치 지주가 소작농 다루려는 듯한 태도에 강한 불쾌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05.06 leehs@newspim.com |
대권을 준비 중인 안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까지 통합을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합 논의가 더뎌질 수 밖에 없게 지역위원장 모집에 나서면서 합당을 미루려는 것 아니겠나"라며 "우리당 안에서 대선 후보 경선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당 대 당 대선후보 단일화를 노린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며 "안 대표가 고립될 수 있는 플랜으로 가고 있다. 안 대표의 과대망상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 대표가 조건을 더 크게 가져가려는, 연립정부 같은 지분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어쨌든 우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안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이에 국민의당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당으로서 합당은 이미 전 국민에게 약속한, 전제된 사항이자 준비된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이 현재 내부 유력 대권주자라든가 당권 주자들의 이견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유승민계,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 (당 대표로) 여러 인물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만 무턱대고 국민의힘만 바라볼 수 없지 않나"라며 "국민의당이 창당한 지 얼마 안 되고 총선을 치러 조직 정비를 다 못 했을 뿐이다. 지역위원장 요구는 계속 있어왔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당원 요구에 부흥한다는 입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돈과 조직이 많은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은) 무조건 작은 정당이니 흡수하듯 통합해야 한다고 하는 속내가 드러나는 발언들"이라며 "독자노선을 가기 위한 게 아니라 우리부터 당 자산을 확충하고 국민의힘의 혁신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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