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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공산당& 금일중국] 시진핑의 꿈 중국몽을 잉태한 옌안 량자허

기사입력 : 2021년05월12일 14:01

최종수정 : 2022년10월20일 14:36

문혁시기 시진핑 하방 농촌 량자허, 홍색 성지로 변모
시진핑 '이곳에서 모든걸 베웠다' 량자허 시절 회고
외부도전 대응 '새로운 길', 시진핑 100주년 연설 주목

[옌안(샨시성)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2021년 노동절 연휴중인 5월 2일 샨시(陝西)성 옌안(延安)에는 비가 내렸다. 비가 온 때문인지 옌안 100킬로 미터 동쪽 황하의 누런 물은 세차게 굽이쳐 흘렀다. 옌안 시내에서 황하를 거쳐 동북쪽을 향해 버스로 한시간 남짓 달리자 량자허(梁家河) 촌이라는 길 표지가 나온다.

량자허 촌은 문화혁명 시기 지식청년들의 상산하향(上山下鄕) 차두이(插隊, 하방, 지식 청년들이 산간 농촌에서 농민들과 생활하며 재교육과 함께 사상을 재무장함) 현장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10대 때인 1969년~1975년 까지 7년 동안 생활했던 곳이다.

황하의 명소 첸쿤완을 돌아본 뒤 오후에 도착했는데 량자허 마을 유적지 입구 주차장이 만원이라며 주차장 2킬로미터 밖에서 내려 매표소까지 걸어들어가게 했다. 우산을 받쳐들고 20분 정도 걸어들어가자 승용차와 대형 버스 수백대가 주차장을 빼곡이 메우고 있다. 량자허 '시진핑 유적지'는 여기서 표를 산뒤 다시 전동버스를 타고 15분을 더 가야한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문혁시기 차두이 하방 생활을 한 옌안시 옌촨현 량자허 마을 입구에 마을 이름을 적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2021.05.12 chk@newspim.com

한데 문제가 생겼다. 살아있는 권력이라서 그런걸까. 옌안의 10여 군데 홍색 관광지를 둘러보면서 아무 탈이 없었는데 유독 량자허에선 검사가 까다로웠다. 여권에 찍인 비자로 기자 신분을 확인한 관리원은 기자를 건물내 파출소 같은 곳에 데려갔다. 경찰들이 한참동안 기자의 신분과 방문 목적 등을 캐묻고 샅샅히 기록을 한다. 조사는 30분 정도 걸렸고 다행히 들어가도 좋다며 여권을 내줬다.

'산시는 뿌리이고 옌안은 혼이며 옌촨은 나의 제 2고향이다 - 시진핑'. 입구에서 타고 온 경내 운행 전동차에서 내려 량자허 촌 마을을 들어서니 오른 편 촌 위원회 건물 마당에 이런 내용의 대형 붉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시진핑 주석이 샨시를 뿌리라고 말한 것은 아마 부친 시중쉰(習仲勛) 고향이 샨시성 푸핑(富平)인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진다. 시중쉰은 1945년~1949년 중국공산당 서북국 서기를 맡았고 신중국 건국후 중앙 선전부장과 부총리, 광둥성 서기, 정치국 위원을 역임했다.

"량자허 작은 마을의 변화는 개혁개방 이래 중국사회 발전의 하나의 축소판과 같다". 마을 안쪽의 또다른 붉은 대형 간판에는 옌안에 대한 시진핑의 소감과 인상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다. 실제 량자허 마을은 지금 중국 신농촌 변혁의 상징과 같은 곳이 됐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샨시는 뿌리고 옌안은 혼이고 옌촨은 제2의 고향이다'.  시진핑 주석이 문혁기에 차두이 하방 생활을 한 량자허 마을에 샨시와 옌안에 대한 시 주석의 회고를 적은 대형 간판이 세워져 있다.  2021.05.12 chk@newspim.com

전날인 5월 1일 옌안 시내 홍색 유적지를 돌아볼때 관광 안내원은 시진핑 주석이 1993년에 옌안에 한번 다녀갔고 총서기에 오른 뒤 2015년에는 2월 13일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붉은 간판의 구호들은 아마 이때 시진핑 주석이 한 얘기가 아닌가 싶었다.

량자허촌 안내판의 설명과 베이징에 돌아온 뒤 우연히 본 5월 9일 중앙 TV 내용을 종합하면 시진핑 주석은 문혁당시인 1969년 1월 13일 15세 때 지식청년 재교육 '차두이' 활동의 일환으로 샨베이(陝西,샨시성 이북) 옌안시 옌촨(延川)현 량자허 마을에 내려왔다.

'열다섯살 황토 지역에 왔을 때 나는 갈피를 못잡고 방황했다. 22세 황토 지역을 떠날 때 인생 목표가 단단해졌고 자신감이 중만해졌다'. 시진핑 주석은 일찌기 량자허에서의 청년시절을 이렇게 회고한 적이 있다. 시진핑은 량자허 생활 7년 도중 당과 국가와 인민을 위하는 열혈 청년으로 변신했고 20세 때인 1974년 마침내 공산당원이 됐다.

1970년대 '차두이' 지식청년들은 그 옛날 옌안시기(1935년~1948년) 홍군이 묶었던 것과 똑같은 황토 동굴 방에서 생활했다. 동굴방 유적지에는 시진핑이 메탄가스 신기술 보급에 기여했고 모든 과업에 적극분자로 평가 받았으며 그 공로로 1974년 1월 량자허 생산대대 당지부 서기에 임명됐다고 적혀 있었다. 메탄가스 연구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당시 주민들은 시진핑이 밤 늦도록 책을 읽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중국 문화혁명 시기 사상 재교육 차두이 활동에 참여한 지식청년들이 머물던 옌안시 옌촨현의 량자허 동굴 집 숙소. 시진핑 주석도 15세 때 이곳에 내려와 7년간을 생활했다.  2021.05.12 chk@newspim.com

'자력갱생 고난분투' '양식절약 낭비반대'. 왠지 익숙한 구호다. 10대의 시진핑이 묶었던 황토 동굴 방에는 정면 침상 맡에 청년기 시주석의 량자허 시절 사진이 걸려있고 좌우 양쪽 황토벽에는 중미 갈등이 격화하는 요즘 중국인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이런 표어가 붙어있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문혁의 정치적 회오리가 잦아들 무렵인 1975년 매사에 모범적이었던 '청년 시진핑'의 손엔 칭화대학 입학 추천서가 쥐어지고 옌안 량자허 촌에서의 차두이 생활도 막을 내린다. '인생에서 배울 것 모두를 량자허 촌에서 얻었다. 그곳은 대 학문의 현장이었다. 나의 마음은 그곳에 남아있다'. 마을앞 기념관 안내문엔 량자허 시절에 대한 시진핑의 소감이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옌안은 문혁당시 시진핑 주석의 량자허 7년 옌안 '차두이' 생활을 곳곳에 기록하고 있다 5월 3일 옌안시기 대 생산 활동이 전개된 홍군 유적지 난니완 당후이 광장(공원). 이 광장엔 공산당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고 안내문은 '13년의 옌안시기와 옌안정신, 그리고 시진핑의 량자허촌 7년 생활을 주제로 광장을 설계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샨시성 옌안 량자허 마을 하방시절 시진핑(왼쪽에서 두번 째).  2021.05.12 chk@newspim.com

반세기전 량자허의 청년 시진핑 주석은 집권기에 공산당 100주년을 맞았다. 정치 지도자로서 운이 좋은 셈이지만 급격한 정세 변화로 도전도 거세다. 중국 굴기를 제압하려는 미국의 공세가 과거 옌안시기 국민당의 공산당 봉쇄처럼 격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100년전 중국의 혼란기. 공산당은 봉건 군벌과 일제 국권 침탈을 막고 신중국을 세운다는 기치를 내걸고 창당됐다. 공산당과 사회주의는 천두슈를 비롯한 초기 공산주의자들이 찾은 중국의 '새로운 길'이었다'. 호텔방 탁자 위의 '홍색 옌안' 이라는 책은 공산당 창당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1년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 버전의 '새로운 길'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평화시기였던 2016년 창당 95주년 연설에서 슈퍼강국의 꿈 '중국몽'을 제시했던 시진핑 주석이 100주년에 맞딱뜨린 외부 도전에 어떤 전략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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