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배출 이후 매년 4월이 되면 1500명 이상의 신규 변호사들이 법조 시장에 뛰어든다. 이 시기가 돌아오면 변호사시험 응시생, 변호사단체, 법학 교수 등은 합격자 수를 놓고 줄다리기를 반복해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줄다리기는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21일 법무부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응시생과 변호사들은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서로 '우리 주장을 반영해달라'며 집회를 개최했다.
응시생과 교수들은 당초 변호사시험 도입취지인 자격시험 수준에서 합격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변호사단체는 포화 상태인 업계 사정을 고려해 합격자 수를 줄여달라고 요구한다.
이성화 사회문화부 기자 |
같은 주장이 매년 반복되고 양 집단 간 갈등이 심화되는 이유는 합격자 수가 정해져있지 않고 매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합격자 수를 결정하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75%인 1500명 이상으로 하되 기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와 합격률, 응시인원 증감, 법조인 수급상황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다. 이후 법무부 장관이 위원회 심의 결과를 토대로 합격자 인원을 최종 결정한다.
이번 변호사시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독 큰 위기를 맞이했다. 시험을 연기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 속에서 수험생들은 확진자 응시 불가 방침을 고수했던 법무부로 인해 급박하게 헌법소원에 가처분까지 냈다. 결국 시험 전날 확진자도 응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또 행정법 기록형 문제 유출 논란, 시험용 법전 밑줄긋기 허용 등 일관되지 않은 감독관 관리규정 문제까지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법무부는 해당 문항에 대한 전원 만점 처리 후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놨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없다. 결국 응시생들은 헌법소원, 행정심판,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법무부에 책임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반대편 응시생들의 로스쿨 선배들이 포함된 변호사단체는 '밥그릇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월부터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변호사 업계가 최대로 수용 가능한 1200명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수차례 냈다. 전국 지방변호사회장 협의회도 지난 20일 "정부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감축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변협은 지난해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직전 '1500명 이상은 안 된다'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보냈다. 그러다 올해에는 '신규 변호사들에 대한 변협의 실무연수 수용능력 한계가 200명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1200명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며 목표 인원을 대폭 줄였다. 변협은 최종적으로 합격자 수를 1000명 이하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0년째 진행 중인 이 줄다리기에서 심판은 결국 정부, 법무부다. 양쪽이 모두 만족할만한 판정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심판의 역할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적어도 합격자 발표 당일까지 합격자 수를 알 수 없는 현행 방식은 버려야 한다. 명확한 합격자 결정 기준의 정립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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