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희망타운 단지명 교체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
소형 위주·시세차익 국가와 공유...수요자 불만
수요자 요구 맞춘 주택 공급 및 주거복지 실현 필요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투기 의혹이 신혼희망타운 단지명 변경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에게 비용 부담을 덜어내고 주택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 입지나 평형이 수요와 잘 맞지 않고 시세차익도 국가와 나눠야 하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신혼희망타운과 LH의 역할에 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 좋지 않은 이미지에 땅투기 의혹까지...거세지는 LH 흔적 지우기 요구
16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겹치며 LH가 주도하는 신혼희망타운에 대한 불만들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신혼희망타운 입주예정자를 두번 울리는 부패한 LH, 신혼희망타운 네이밍 정책 반대' 청원에 16일 오전 1만2298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신뢰를 잃고 부패한 LH가 아파트 명칭과 브랜드를 정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신혼희망타운 브랜드를 입주민이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신혼희망타운 네이밍 정책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 [자료=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신혼희망타운 등 LH가 주도하는 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이전부터 형성됐다. 값싸고 질 나쁜 아파트라는 인식으로 인해 '휴거(휴먼시아 사는 거지)'나 '엘사(LH 주택 사는 거지)' 등 LH에서 지은 아파트 주민들과 아이들을 희화화하는 단어들이 나와 논란이 됐었다. 여기에 최근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으로 LH에 대한 국민 신뢰도 및 이미지는 악화됐다.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LH가 지은 아파트 중에서 단지명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2019년 고양시 도내동 LH원흥도래울마을2단지는 입주민 동의 절차를 거쳐 '도래울센트럴더포레'로 이름을 바꿨다. 최근에는 경기도 시흥시 조남동 LH목감퍼스트리움 입주민들이 단지명을 목감퍼스트리움아파트로 변경했다. 아파트 명칭 변경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입주자 4분의 3 이상 동의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다.
신혼희망타운은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2018년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신혼부부 특화형 공동주택으로 분양형과 임대형으로 나뉜다. 청약 자격요건은 ▲혼인 기간 7년 이내거나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경우 ▲입주자 모집공고일로부터 1년 내에 혼인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예비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가정이다. 2022년까지 전국에 15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입지와 평형 문제도 있다. 신혼희망타운은 주로 전용면적 46·55㎡등 소형 평형 위주여서 중형 평수를 원하는 신혼부부와는 맞지 않는다. 지난 1월 경기도 평택고덕 A-3블록 신혼희망타운은 평균 청약 경쟁률이 1.4대 1에 그쳤고 전용 55㎡B은 49가구 모집에 44명만이 접수해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인근 지역에서 청약이 진행된 평택 고덕 힐스테이트고덕센트럴은 평균 경쟁률이 86.7대 1을 기록해 차이를 보였다.
시세 차익을 국가와 나눠야 하는 점도 입주민에게는 불만이다. 분양가의 30~70%까지 '신혼희망타운 전용 모기지'를 통해 1.3% 저금리로 주택 비용을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녀 수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대출 기간에 따라 매각 차익의 10~50%까지를 주택도시기금과 나눠야 한다.
◆ "LH, 수요자 요구·주거복지 집중 필요"
전문가들은 단지명 변경 효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단지명 변경으로 단지의 가치와 집값 상승의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그 효과가 일시적으로만 나타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민간 건설사들은 시장 변화에 따라 단지명과 브랜드를 교체해준다"며 "단지명 교체가 긍정적 효과를 주므로 수요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단지명을 바꾼다고 이미지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고 봤다.
신혼희망타운과 공급을 주도하는 LH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는 질좋은 주택을 공급하고 직원 땅투기 의혹으로 생긴 불신을 지우기 위해 내부 쇄신을 이룩하면서 공공주도보다는 민간과 협업하면서 주거복지에 집중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수석연구원은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이라는 기능을 살리기 위해 부담 가능한 가격에 도심과 가까운 곳에 질좋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신혼희망타운은 입지가 좋지 않고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향후 좋은 입지에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LH는 제기된 의혹들을 해소하면서 주거복지에 집중하면서 민간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