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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수익 환수·강제처분' 초강수 내놓은 정부...혐의 입증은 난관

기사입력 : 2021년03월16일 06:03

최종수정 : 2021년03월16일 09:06

강한 후속조치 언급...법 적용의 한계 제기돼
보완 입법 경쟁적으로 내놓는 국회
처벌 강화 뿐 아니라 제도 개혁 필요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정부가 땅투기 의혹에 연루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에 대해 투기수익 환수와 농지 강제처분을 예고했지만 관련 법을 실제 적용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 조항 해석에 있어 모호한 부분이 있고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익 환수에 한해 소급적용하는 내용이 담긴 관련법 등 여러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 강제처분 엄포 놓았지만...실제 적용 여부는 불투명

16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투기 의혹이 확인된 LH 직원의 농지를 강제처분하고 이익을 환수하기로 했지만 실제 집행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농지법 10조에 따르면 농지를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하거나 농업 목적이 아닌 데 이용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은 소유인에게 처분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부패방지법 86조의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를 적용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취득한 재물 및 재산상의 이익을 몰수할 수도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2021.03.14 yooksa@newspim.com

실제 농지 강제처분이나 이익환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농지법을 적용할 경우 농지 획득을 위해 필요한 농업경영계획서와 현황 조사를 통해 농업 목적으로 농지를 활용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들이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농지에 묘목 심기 등을 벌인 정황들이 있어 법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부패방지법을 통한 몰수 조치의 경우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땅을 매입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판례에서도 비밀의 범위나 직무 및 업무관련성을 좁게 해석하는 사례가 많아 해당 조항을 적용해 처벌하기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20명의 LH 직원 투기 의심자에 대해 수사 결과에 따라 농지 강제처분과 이익환수 조치를 취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예고했다.

◆ 처벌 강화 및 법안 보완 움직임... '소급적용' 방안도 나와

기존 법으로 처벌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보완하려는 법안들이 국회에서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업무상 비밀 이용 혐의 입증 책임을 의혹 당사자로 정해 혐의 적용을 명확히 하려는 법안이 마련됐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업무상 비밀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은 당사자가 직접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않았음을 증명한 경우에만 법 적용을 하지 않도록 했다.

[시흥=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예정지에 일부 부지를 투기 목적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 LH 직원들이 매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농지에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2021.03.04 mironj19@newspim.com

투기 이익 환수 적용 시기를 소급해 적용하는 방안도 발의됐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 11일 발의했다. 법안에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종사자가 이해충돌방지법 등 공직윤리를 위반해 1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얻은 경우 이를 환수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부칙을 통해 법 시행 전에 행한 특정재산범죄의 수익도 환수하도록 했다.

소급 적용 방안을 두고 헌법상 형벌 불소급 원칙을 거스를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양경숙 의원실 관계자는 "형사 처벌이 아닌 재산 환수에 한해서만 적용된다"며 "과거 친일재산환수 과정에서 소급 적용이 합헌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광석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재산 환수도 형벌의 일종이다"며 "이런 경우 위헌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약한 처벌 규정이 투기를 부추겼다는 판단에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면 1년 이상 유기징역에 3~5배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이익액의 최대 10배 상당의 벌금을 물리는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 "처벌 강화에만 그쳐서는 안돼...근본 개혁으로 나아가야"

전문가들은 의혹이 제기된 직원들을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나아가 근본적인 제도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우리 법제도는 그동안 투기에 너그러운 편이었다"며 "투기도 일종의 경제적 현상이기도 한만큼 어느 선까지를 투기로 볼 것인지 법 제도나 사회적 합의로 명확히 정하고 근본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내부 통제에 문제가 드러난만큼 이를 강화하고 다른 공공기관의 실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LH 외에도 개발사업과 관련된 업무를 다루는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비밀 정보를 활용한 투기 행위가 나타났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6년 도로공사 직원이 미공개 정보인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설계 도면을 이용해 토지를 매입했던 사실이 2018년 적발돼 파면당한 바 있다.

최 변호사는 "LH 직원 땅투기 의혹의 핵심은 공공기관에 제대로 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은데 있다"며 "외부 감사기관을 통한 통제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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