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초기상담 1143건 분석해 공개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가정폭력을 겪은 여성들이 성폭력이나 스토킹 등 또 다른 범죄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실시한 총 3만9363건의 상담 중 초기상담 1143건을 분석한 결과, 성폭력 상담이 51.4%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정폭력 41.6%, 데이트폭력 15.9%, 스토킹 11% 등으로 조사됐다. 10.7%를 차지한 기타 유형으로는 가족 문제, 이혼, 부부갈등, 중독, 성적 지향 관련 상담 등이 있었다.
특히 가정폭력 상담 475건 중 성폭력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16%, 스토킹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6.3%로 집계됐다. 피해자가 경험한 폭력은 하나의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다층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한국여성의전화는 평가했다.
가정폭력 피해 유형별로는 정서적 폭력이 67.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신체적 폭력 53.7%, 경제적 폭력 22.7%, 성적 폭력 20.6% 등이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한 가지 폭력 유형만 겪는 경우는 0.6%에 그쳤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배우자인 경우가 58.3%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부모가 19.4%, 형제자매가 6.1%로 각각 나타났다.
가정폭력 피해자 중 2차 피해를 경험한 경우도 16%나 됐다. 2차 피해를 경험한 사례 76건 중 47.4%는 가족이나 주변인으로부터 입은 피해였다. "이혼해 봤자 좋을 게 없다", "왜 이제 와서 그러냐", "네 남편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니 참고 살아라", "가족이 힘들어지면 너도 힘들지 않겠냐"는 등의 발언으로 가정폭력을 은폐·외면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전체 상담 중 가정폭력 상담 비중을 봤을 때, 1월 가정폭력 상담 비율이 전체 26%였다가 코로나19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2월부터 40%로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며 "정부의 방역대책의 주를 이뤘던 재택근무, 도서관·카페·체육시설 등 시설이용 제한 명령, 대면활동 중단이 시행되는 동안 과연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집은 안전한 공간이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조항 개정,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가해자 처벌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반의사불벌' 조항 전면 삭제, 체포의무제 도입 등을 포함한 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