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SK이노 향후 10년 '수입금지' 결정...조지아주 공장 '2~4년' 유예
'등 터진' 조지아주·폭스바겐·포드...거부권 행사 또는 양사 합의 압박
합의금 규모 LG엔솔 2조8000억 vs SK이노 6000억~8000억 '입장차'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양사 간 합의 도출 여부과 관심사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향후 10년 간 미국 내 배터리 수입·생산을 전면 금지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미국 내 자동차 업계는 물론 정부의 친환경 정책, 일자리 문제 등에도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ITC 최종결정은 효력을 발생한다. 양사의 합의 시한은 사실상 60일인 셈이다. 합의금 규모부터 큰 입장차를 보이는 양사가 60일 안에 거리를 좁혀 합의를 이룰지 주목된다.
◆ 3조 투자한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운명은?
SK이노베이션은 ITC의 결정으로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건설중인 1·2공장에 대한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약 3조원을 투자해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 2 공장을 건설 중이다. 1공장과 2공장은 각각 내년 1분기, 2022년 1분기 양산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ITC가 판결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완제품과 셀·모듈·팩 등 배터리 부품에 대해 향후 10년 간 미국 내 판매 및 영업 활동 전면 금지 명령을 내리며 이같은 계획은 난항을 겪게 됐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인 포드와 폭스바겐이 미국 내 새로운 공급업체를 찾을 때까지 전환기간을 갖기 위해 포드에는 4년, 폭스바겐에는 2년 간의 수입을 일시 허용했다.
물론 이는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조지아주 공장의 시운전과 건설기간 등을 포함하면 실제 SK이노베이션이 유예기간내 포드,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는 기간은 각각 2년, 1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장이 완공된 것도 아니고 향후 2~4년 유예기간은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며 "이번 결과로 미국 내 완성차 업체 뿐만 아니라 정부의 친환경 정책, 일자리 문제 등으로 일파만파 영향이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현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구 하지만...가능성 낮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에 배터리 공장이 건설중인 조지아주와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인 폭스바겐, 포드가 '등 터진' 형국이다. 이들이 성명을 내면서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SK이노베이션에 대한 ITC의 결정을 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배터리 공장은 해당 주 역사상 최대 외국인 투자 규모로 손꼽힌다. 이 공장이 최종 완공되면 26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켐프 주지사는 "ITC 최근 판단은 SK의 '청정 에너지' 분야 2600명의 일자리창출과 혁신 제조업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폭스바겐은 성명을 내고 "폭스바겐은 두 배터리 회사간 싸움에서 의도치 않은 희생자"라며 "유예기간은 최소 4년으로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두 업체가 법정 밖에서 합의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배터리) 공급업체인 양사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라며 양사 간 합의를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2010년 이후 ITC에서 진행된 600여 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가 단 1건에 불과하며 영업 비밀 침해와 관련해서는 전무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결국은 양사 간에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 ITC, 2주내 판결문 공개...합의금 산정에 도움될까
업계에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인 60일이 마지막으로 주어진 시간이라고 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달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합의를 종용한 만큼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ITC는 최종 판결 이후 1~2주 내 판결문 전체를 공개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양사가 수긍할 수 있는 합의금 산정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온다. 합의금 규모는 그간 양사의 협상을 가로막은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양사가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조8000억원을, SK이노베이션은 6000~8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수가 크다는 점에서 SK쪽 관련 주식 대납 등도 거론된다.
다만 ITC 판결이 나온 이후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이 금액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다른 불씨인 셈이다. 실제로 양사는 ITC 최종 판결 이후 합의를 얘기하면서도 날 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이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은 ITC 최종 판결 직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SK이노베이션과 작년부터 최근까지 여러차례 협상을 진행했고 오늘 최종 결정에 따라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태도가 기반된 합리적인 제안이 있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합리적인 조건하에서라면 언제든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소송을 조기에 종료하고 산업 생태계 발전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