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공개
언론 등으로 혐오표현 접해…변희수 하사 전역 반응에 힘들어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트랜스젠더 10명 중 6명은 성 정체성 때문에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8명은 언론에서 트랜스젠더 혐오 표현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9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공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트랜스젠더 591명 중 384명(65.3%)이 최근 1년 동안 성 정체성 및 성별 표현 때문에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312명(53.1%)은 남·녀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차별은 언론과 대중문화가 부추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랜스젠더 515명(87.3%)은 최근 1년 동안 언론에서 트랜스젠더 혐오표현을 접했다고 답했다.
573명(97.1%)은 인터넷에서 혐오표현을 접했다고 응답했다. 같은 기간 449명(76.1%)은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혐오표현을 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의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변 전 하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8.11 kilroy023@newspim.com |
트랜스젠더 573명 중 500명(87.6%)은 국방부의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 전역 조치 사건에 대한 사회적 반응 때문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신입생 입학 포기 사건을 알고 있던 568명 중 518명(91.5%)은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반응으로 힘들었다고 답했다.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559명(97.2%)이 혐오표현을 접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그밖에 트랜스젠더는 공공시설 이용 어려움, 군 복무 및 형사절차·구금시설에서 부당한 대우, 의료기관 접근 어려움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508명(86%)은 성전환 수술 후 법적으로 성별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을 변경하지 않은 이유로 ▲의료 비용 부담(58.9%) ▲절차 복잡(40%) ▲건강상 부담(29.5%) ▲구직 어려움(28.7%) 등을 꼽았다.
개선이 시급한 제도로는 ▲성별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초중고 교육과정(97.3%) ▲ 포괄적 차별금지법 부재(96.4%)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에 국민건강보험 미적용(96.3%) 등을 꼽았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는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지만 이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국내 법과 제도, 정책은 미흡하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인권위 의뢰를 받아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0월 7일부터 31일까지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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