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장남 계열사에 무상으로 수출 영업권 양도
"경영승계 차원 부당지원…중견기업 지속 감시"
[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 중견 화학기업 KPX그룹이 총수 장남 회사에 영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했다가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KPX 소속 진양산업과 CK엔터프라이즈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6억3500만원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KPX 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7개, 해외 5개 등 총 32개 계열사를 소유한 중견 화학그룹이다. 국내 계열사 기준 약 2조3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진양산업은 플라스틱 발포 성형제품 제조와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공정위는 진양산업이 자회사인 베트남 현지법인 '비나폼'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수출권을 무상으로 그룹 계열사 'CK엔터프라이즈'에 넘겼다고 판단했다. CK엔터프라이즈는 총수인 양규모 회장의 장남 양준영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진양산업은 스폰지 제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국내업체로부터 매입한 후 40% 이상의 이윤을 더해 비나폼에 수출해왔다. 비나폼은 수입한 원부자재로 스폰지를 생산해 현지 국내 신발제조업체에 납품했다.
진양산업은 지난 2012년 4월부터 비나폼 수출 물량을 CK엔터프라이즈에 이관하기 시작했고 지난 2015년 8월부터는 모든 수출 물량을 CK엔터프라이즈에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계약 체결, 대가 지급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지난 2016년 12월까지는 CK엔터프라이즈의 수출업무를 다른 계열사 직원이 대신 수행하기도 했다.
진양산업의 수출영업권 무상 양도로 CK엔터프라이즈에 지원한 금액은 총 36억77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부당 지원행위 덕에 CK엔터프라이즈의 매출액이 약 22배 늘고 영업이익이 18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베트남 스폰지 수출 시장에 공정거래 저해성을 초래했다고 봤다.
무엇보다도 현금유동성을 확보한 CK엔터프라이즈가 그룹 지주회사인 KPX홀딩스 지분을 확보해 양준영씨의 경영권 승계발판을 마련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진양산업과 CK엔터프라이즈에 향후 금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16억3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중견기업집단의 위법행위를 엄정하게 조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경제력을 남용하는 중견기업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4m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