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범행 부인하고 책임 회피…중형 선고돼야" 징역 30년 구형
강훈 "후회하고 반성…앞날 생각하는 마음 가엾게 여겨달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이 미성년자 등 성착취 동영상 제작·유포한 n번방의 박사 조주빈(25)의 공범 '부따' 강훈(19)에게 징역 3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훈의 결심공판에서 박사방의 2인자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가담했음에도 조주빈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등 범죄사실을 일부 부인하고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또 15년의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신상공개 고지 명령,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시설에 대한 취업 제한 명령도 같이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공범으로 신상이 공개되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강훈은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하다"고 말한 뒤 호송차량으로 향했다. 2020.04.17 leehs@newspim.com |
검찰은 "피고인은 익명성 속에 숨어 성 착취물을 만들고, 무수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면서 조주빈과 함께 보통의 음란물과 다르다고 적극 홍보해 다수의 구성원을 끌어들였다"며 "죄의식 없이 성 착취물을 다량 유포하면서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희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처음 구속돼 조사받을 때 첫마디가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느냐'였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먼저'라고 답했으나 진실로 반성하기는커녕 거짓말로 부인하다가 증거가 나오니 인정했고, 추가 피해 증언 때는 진술거부권까지 행사했다"며 "조주빈이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반성하자고 권유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사방 2인자로서 능동적·적극적으로 가담했음에도 조주빈에게 협박당해 소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범죄사실 일부를 부인하고 있다"며 "이 사건 범행은 매우 중하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고려하면 나이 어린 것을 참작해도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은 매일 후회하고 있으며 용서를 구하고자 하고, 자백하면서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며 "전반적으로 보면 박사방은 조주빈을 위한 텔레그램 방이었고 피고인 등 나머지 공범들은 조주빈의 필요에 의해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전체적으로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 스스로 텔레그램에서 탈퇴하고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이었던 점, 조주빈의 협박도 계기가 된 점, 신상이 공개돼 다시 범행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재범 가능성이 적다"며 "검찰 구형을 기각해달라"고 말했다.
범죄단체 조직 혐의에 대해서는 "조주빈이 박사방을 만든 것은 돈을 위해서임이 분명하고, 수괴가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그 밑의 구성원들 또한 공유해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자료에는 그런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주빈이 말했듯 당시 피고인은 자신이 빠져있던 어떤 여성에 대한 '지인 능욕' 때문에 조주빈에게 연락했을 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박사방은 조주빈이 성착취물을 제작해 돈 버는 도구에 불과했고, 나머지 박사방 사람들은 조주빈에게 이용당했거나 조주빈과 다른 목적으로 가입한 사람들이다. 조주빈의 세뇌에 의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살펴봐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20.04.17 leehs@newspim.com |
강훈 역시 진술 기회를 얻어 "어떤 말로도 용서되지 않겠지만 반성하고 참회하는 제 진심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잘못된 성적 호기심에 휘둘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게 후회스럽고 아무것도 모른 채 제 부탁을 들어줘서 휘말리게 된 친구들, 부모님께도 죄송하다"며 "제가 지은 죄가 엄중해 처벌받을 것을 알지만 앞날에 대해 준비하는 마음을 가엾게 여겨달라. 앞으로 경솔한 행동하지 않고 진실되게 살겠다"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강훈을 재판에 넘겼다. 그는 박사방에서 '부따'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조주빈과 함께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미성년자 7명과 성인 11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 등을 제작하고, 이를 SNS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하고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또 조주빈과 공모해 같은 해 9월 피해자 A씨를 협박해 새끼 손가락 인증 사진을 전송받거나, B씨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전신 노출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윤장현(71) 전 광주시장에게 판사를 사칭해 1000만원을 받은 범행도 있다. 당시 윤 전 시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공천 대가로 돈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당시 조주빈은 2심 판사를 사칭하고 강훈은 판사 비서관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유리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거짓말하며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지난해 6~10월경 인터넷 사이트에 무단으로 침입해 12명의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같은 해 7~8월경 피해자의 얼굴을 전신 노출 사진에 합성하는 이른바 '지인능욕' 사진을 SNS에 게시하고 음란한 말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앞서 재판 절차를 종결한 또 다른 공범 한모(27) 씨와 함께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 21일이다.
한편 같은 법원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공범들에게도 7년에서 1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사방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배포한다는 범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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