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실 중견기업에서 상장 폐지 '나락'…옵티머스 검은 그림자
'최초 펀드 투자자' 전파진흥원 자금도 성지건설 인수 들어가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성지건설은 한때 중견 건설사로 명성을 쌓았지만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서 '자금 곳간' 역할을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옵티머스는 성지건설을 장악한 뒤 자산을 투자나 대여 명목으로 빼돌리는 등 펀드 사기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모습. 2020.06.30 pangbin@newspim.com |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지건설은 지난 1969년 2월 설립됐다. 건축 및 토목 부분에서 도급공사와 자체 공사를 실시하고 있고, 신시장 개척사업 추진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성지건설은 1995년 3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되는 등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을 시공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성지건설은 2018년 10월 상장 폐지됐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생절차를 거치는 등 자금난에 허덕였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외부 회계법인의 회계감사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드러나면서다.
성지건설은 2017년 9월 말 옵티머스 측에 경영권을 내준다. 당시 MGB파트너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성지건설 주식 3164만5569주를 250억원에 취득했다. MGB파트너스는 옵티머스의 '비자금 저수지'로 알려진 트러스트올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로, 옵티머스의 2대 주주인 이동열(45·구속기소) 이사가 대표로 있다.
이후 계약 이행 보증금, 사업 목적 대여 등 형식을 띤 성지건설의 자금은 김재현(50·구속기소) 대표의 동업자 유현권(39·구속기소) 스킨앤스킨 고문 부부가 사내이사로 등재된 하이컨설팅, MGB파트너스로 흘러 들어간다. 각각의 돈을 합치면 MGB파트너스의 유상증자 대금 250억원과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회계법인은 이 같은 무자본 인수·합병(M&A) 정황을 포착하고 성지건설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냈다.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성지건설 인수 자금 대부분이 옵티머스 펀드에서 충당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옵티머스 펀드 최초 투자자로 알려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총 투자한 1060억원 중 일부가 성지건설 인수에 사용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전파진흥원은 2017년 5월과 6월 두 번의 투자 공고를 내고 AV자산운용(현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를 투자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V자산운용은 같은 해 6월 8일 전파진흥원이 집행한 자금 중 60억원을 성지건설의 LH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MGB파트너스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MGB파트너스 소유로 넘어간 성지건설은 본격적으로 옵티머스 펀드 사기에 활용됐다. 회사 자산은 유출됐고 펀드 투자처가 된 개발 사업에도 동원됐다. 옵티머스가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매출채권을 위조할 때도 성지건설의 매출채권이 이용됐다.
옵티머스는 증권사에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연 3%대 수익을 주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고 홍보했지만 펀드 판매 초기 성지건설이 LH, 한국도로공사 등 공사 매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채권에는 사실상 '양도금지' 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지건설을 둘러싸고 옵티머스 펀드 사기 행각을 조기에 잡을 기회가 두 번 있었지만 검찰은 이를 모두 놓쳤다.
한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를 받고 투자를 철회한 전파진흥원이 2018년 10월 옵티머스 경영진을 펀드 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하면서다. 중앙지검은 지난해 5월 전파진흥원에 재산상 손해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다른 기회는 2018년 12월 성지건설의 자금을 빼돌린 MGB파트너스 경영진이 서울남부지검의 수사를 받게 됐을 때다. 검찰은 2019년 10월 MGB파트너스 대표와 성지건설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을 재판에 넘겼지만 펀드 사기 부분에 대한 수사로는 나아가지 않았다.
이후 옵티머스 펀드 모집 규모는 성지건설 상장 폐지 당시 1000억원 안팎에서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진 올해 6월까지 1조원 이상으로 크게 불어났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