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매출액 증가율 4년만에 0%대 하락
수익·성장·안정성 모두 둔화, 미중 무역 마찰 타격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지난해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이 모두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이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내는 잠재적 한계기업의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
21일 한국은행이 74만1408개의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매출액 증가율은 2018년 4%에서 0.4%로 감소했다. 매출액 증가율이 0%대를 기록한 건 2015년(0.26%) 이후 처음이다.
[자료=한국은행] |
김대진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작년에 주요국 성장세가 둔화됐고 글로벌 통상 무역 마찰이 잦아 기업환경이 좋지 않았다. 그런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지난해 4.0%에서 -1.7%로 둔화됐다. 화학제품(9.8 → -5.2%)은 가격 하락 타격을 받았고 전자영상통신장비(3.4 → -8.1%)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요 수출품의 판매 부진 영향으로 매출액이 크게 줄었다. 전기·가스업은 이상기후로 인한 난방일수가 줄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총자산 증가율은 5.8%에서 6.1%로 소폭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리스회계기준 변경으로 건설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비제조업의 총자산 증가율이 6.3%에서 8.1%로 상승한 영향이다. 2019년부터 IFR16리스 시행으로 운용리스는 자산 및 부채로 분류됐다. 반면, 제조업은 5.1%에서 3.3%로 줄었다.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부진했다.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이 2.7%에서 -2.3%로 하락했다. 이는 2015년 -4.14% 이후로 가장 낮다. 총자산증가율은 3.3%에서 3.8%로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액증가율(5.9% → 4.2%)과 총자산증가율(10.9%→10.1%)이 모두 둔화됐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6%에서 4.2%로 떨어졌다. 제조업의 경우 전자영상통신장비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7.3%에서 4.4%로 하락했다. 비제조업도 4.3%에서 4.0%로 소폭 내렸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7.2%에서 4.8%로 하락했다. 이는 기업경영분석 전수조사가 시작된 2009년 이래로 가장 큰 규모다. 중소기업은 3.5%에서 3.4%로 내렸다.
부채비율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다. 회사채 발행이 확대되고 회계기준 변경으로 운용리스가 많은 운수업과 유통업을 중심으로 111.1%에서 115.7%로 올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부채비율(73.6% → 73.5%)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차입금 의존도(22.3% → 22.8%)는 소폭 상승했다. 비제조업의 부채비율(149.2% → 157.8%)과 차입금 의존도(33.4%→34.0%)는 모두 올랐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92.1% → 94.9%, 23.8% → 23.9%)과 중소기업(159.5% → 162.3%, 38.2%→38.8%)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모두 상승했다.
기업들의 채무상환 능력은 악화됐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업체의 비중은 작년 36.6%로 2009년 이후 역대 가장 많았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편, 이자보상비율이 300%를 넘는 기업 비중은 48%에서 46.5%로 줄어들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