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당원만 향하는 최고위원선거 후보들의 '입'
"살아온 역사가 친문", "김조원 비판 말아야"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가 '친문' 표심잡기로 흘러가고 있다. 당원 대부분이 '친문'인 만큼 이들 표심을 잡기 위한 의미라지만 '당의 쇄신'을 외치던 후보는 실종됐다.
이원욱·노웅래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 당의 쇄신을 외쳤다. 특히 이 후보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의기억연대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당의 대처 ▲당내 주요 인사들의 성추문 등에 있어 등 자성 목소리를 냈다.
노웅래 후보도 "국민은 4·15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주셨으나 총선 후 3개월, 바람이 심상치 않다"며 "문재인 정부와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엄중한 시기"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부동산 법안이 통과된 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소수의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라며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 쇄신 목소리는 점차 줄어들었다. 후보들은 '친문' 입맛에 맞는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7.24 |
신동근 후보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자 설전 선봉에 섰다. 지난 8일 진 전 교수가 페이스북에서 "'(친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은) 양념', '(세월호 아이들에게) 고맙다', '(조국 전 장관에게) 큰 마음의 빚을 졌다'는 문 대통령 발언에 세 번 뜨악했다"고 말하자 신 후보는 즉각 반박했다.
신 후보는 "진 전 교수는 '꾸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적개심이라는 표면이 울퉁불퉁한 렌즈가 끼워진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며 "세상이 제대로 보일 리가 없다. 뿌옇게 보일 뿐"이라고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이원욱 후보도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한 대사를 인용하며 진 교수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뇌가 없는데, 어떻게 말을 해' 그러자 허수아비가 말한다. '인간들도 생각없이 지껄이지 않나?'"라며 "왜 지금 허수아비의 일침이 갑자기 떠오르는지, 혹여 진 전 교수의 과거의 명징함을 떠올리는 분들이 이래서 통탄하고 애석해하고 있는가 싶다. 물론 나도 그렇고!"라고 설전에 뛰어들었다.
한병도 후보는 한 인터뷰에서 "제가 친문을 대표해서 나온 건 아니지만 제가 살아온 역사 자체가 친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위기론이 분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통합당 지지도 격차는 '조국 사태' 이후 최저치로 좁혀졌다. 주요 인사 성추문에 부동산 정책, 물난리가 겹치며 젊은 층 지지자들 이탈이 커졌다. 당대표 후보 선거에 나선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도 "당이 오만해졌다"는 지적에 고개를 숙일 정도다. 당내에서도 청와대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당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의 외연 확장이 아쉽지만 표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새로운 당청 관계 등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with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