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3일 신임검사 신고식서 '작심발언'
"부정부패·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피해자"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과 '검언유착' 수사 등을 두고 침묵해오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민주주의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뼈 있는 발언을 쏟아냈다. 구체적인 사건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서 연일 쏟아지는 비판과 최근 벌어진 '검사 난투극' 논란 등을 에둘러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3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 참석해 "여러분의 기본적 직무는 형사법 집행"이라며 "절차적 정의를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형사 법집행의 기본이며 형사법에 담겨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정한 경쟁,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헌법 정신을 언제나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2.10 dlsgur9757@newspim.com |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서 실현된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며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이라는 말도 내놨다. 그는 "선배들의 지도와 검찰의 결재 시스템은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다. 자신의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설득해 검찰 조직의 의사가 되게 하고, 법원을 설득해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해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구속은 피의자 방어권 행사를 대단히 어렵게 하므로 절대적으로 자제되어야 한다"며 "구속이 곧 범죄에 대한 처벌이자 수사의 성과라는 잘못된 인식을 걷어내야 하고, 검찰이 강제수사라는 무기를 이용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초심을 잃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라. 국가와 검찰 조직이 여러분의 지위와 장래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신고식에 앞서 신임검사 임관식에 참석한 추미애 장관은 "검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보호하면서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통상적인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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