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나병주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내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운송·배달업계가 유탄을 맞았다. 직업 특성상 하루 대부분을 차를 운전하는 운송·배달업 노동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이다.
5일 운송·배달업계는 운송료의 30% 이상을 유류비로 사용한다며 최근 기름값 상승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운송·배달 노동자들은 차량 한 대당 월 주유비만 수백만원에 이르는 만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타격이 크다고 토로한다.

30년 동안 화물기사로 일한 오한기(53) 씨는 "작년부터 운송 물량이 줄어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 기름값까지 갑자기 올라 당황스럽다"며 "원래 한 달 기름값으로 약 350만원을 냈는데 지금 상황으론 70만~80만원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이어 "동료 기사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2000원을 넘을 거라는 걱정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수익이 남지 않아 운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안전운임제 등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노동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배달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김지수 씨는 "플랫폼이 배달료를 산정할 때 유가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변동성이 생기면 피해는 고스란히 배달 라이더에게 돌아온다"며 "보통 배달 중에 주유하기 때문에 남들처럼 시간을 들여 저렴한 주유소를 찾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마포구 한 주유소에서 만난 택배기사 A씨도 "기름값이 너무 올라 걱정"이라며 "이래선 남는 게 없다"며 탄식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후 국내 기름값은 빠르게 치솟았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1리터당 1834.3원으로 지난 1일(1695.8원)과 비교해 4일 만에 8% 올랐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8월 12일(1805.8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1리터당 1600.85원에서 1830.3원으로 14% 상승했다.
현재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휘발유·경유 가격이 다시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러·우 전쟁 전 1700원 초반대이던 휘발유·경유 가격은 전쟁 발발 약 3주 만에 2000원을 돌파한 뒤 약 4개월 동안 이 수준을 유지했다.
전문가도 향후 기름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발언한 만큼 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기름값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오늘만 해도 벌써 1800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기름값이) 과거 러·우 전쟁 때처럼 2000원을 넘기 전에 정부가 선제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유류 가격 상승을 거론하며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고통은 아랑곳하지않고 폭리를 취해보겠다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또 "어려운 시장 환경을 악용해 매점매석이나 불합리한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된다"고 했다.

lahbj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