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美 국방, 주독미군 1만2000명 감축 공식 발표
美, 주한미군 감축도 검토한 듯…전문가 "불가능 아니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미국 국방부가 주독미군 감축을 공식 발표하면서 다음 수순은 주한미군 감축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미국과 논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한미 양국은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 suyoung0710@newspim.com |
◆ 주독미군 1만2000여명 감축 파장...주한미군에 미칠 여파에 촉각
앞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9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주독미군 중 약 6400명을 본국에 귀환시키고 5600명은 유럽의 다른 국가로 이동시켜 독일에는 2만4000명만 남기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에스퍼 장관은 아울러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다. 국방에 더 쓸 수 있고 더 써야 한다. (국내총생산, GDP 대비) 2%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주독미군 감축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속도를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독일이 돈을 안 내기 때문에 병력을 줄이는 것"이라며 "돈을 내면 감축을 재고할 수 있다. 생각해 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결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다음 수순은 똑같이 방위비 인상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즉 주한미군이라는 우려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합동참모본부가 백악관 지시로 전 세계 미군 재배치 및 주둔 규모 감축과 관련해 주한미군 구조를 재검토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에스퍼 장관은 "올해 말까지 성취할 10가지 목표 중 하나로 각각의 전투 사령부가 작전 공간을 최적화하기 위해 기존 임무·태세를 통합하고 축소하는 백지 상태의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유럽사령부 등과 함께 한국이 들어간 인도·태평양사령부도 몇 개월 내에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평택=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 위치한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 |
◆ 美, 역동적 전력 전개 전략 실행…주한미군, 한반도 외 작전 투입될 수 있어
우리 국방부는 이날 단호하게 주한미군 감축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있다면 주한미군 감축이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최근 '역동적인 전력 전개' 전략을 펴고 있다. 이는 자국의 전력 전개를 중국, 러시아 등 적성국이 예측할 수 없도록 전력을 운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은 최근 이 전략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의 역동성을 높이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다시 말해 해외 주둔 미군을 어느 한 나라에만 주둔시키는 전략을 버리고, 본토로 전진배치시킨 뒤 그 다음 필요에 따라 미군을 유동적으로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 미들랜드로 향하는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2020.07.29 |
◆ 전문가 "붙박이로 한국에만 주둔하는 주한미군 개념, 바뀔 가능성 높아져"
문제는 주한미군이 이 전략의 예외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군의 역동적인 전력 전개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도 얼마든지 한반도 이외 지역의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이는 곧 자연스러운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해외주둔 미군의 감축전략을 미국이 천명했다는 것은 단순한 방위비 분담금 압박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제 붙박이로 한국에만 주둔하는 주한미군 개념이 새롭게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의회의 국방수권법이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18년부터 3년 연속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다. 핵심은 주한미군 감축에 예산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하려면 먼저 동맹국과 적절히 논의했고 북한의 위협이 사라졌다는 것 등을 의회에 입증해야 한다.
특히 최근 발표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서는 기존보다 주한미군 감축 하한선이 강화되기도 했다. 기존에는 주한미군 감축 하한선을 2만2000명선으로 설정했었으나 2021 국방수권법부터는 2만8500명선으로 상향됐다. 이는 주한미군을 현 수준 이하로 감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국방수권법은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필요하다면 (주한미군 감축을 위한 예산을) 의회에 신청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동맹국 논의나 북한의 위협 부분도 적절히 의회에 설명하면 된다. 주한미군 감축 관련해서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과 논의가 되기 전에는 주한미군 감축을 공식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의 한 소식통은 "미국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그런 내용을 검토한 것은 분명히 사실"이라면서도 "(내부적으로) 결정이 되면 동맹국인 한국과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