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핵심부품 납품해 온 협력업체에 '골탕'
이원화 핑계 기술 빼돌려 다른 협력업체 제공
[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고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가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특히 '협력업체 이원화'를 핑계로 20년간 핵심부품을 납품해 온 글로벌 강소기업의 핵심기술을 유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업체 A사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 7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구(舊) 현대중공업(주)는 2019년 6월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주)로 변경하고 조선관련 사업부문 전부를 분할하면서 신(新) 현대중공업(주)를 신설했다.
피해기업은 A사는 1975년 설립된 엔진, 철도기관차, 발전소 엔진 분야 전문 기업으로서 피스톤업계 세계 3대 기업 중의 하나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도 선정된 곳이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A사와 B사의 작성 자료에서 발견되는 동일한 오기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0.07.26 204mkh@newspim.com |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여 년간 피스톤 부품을 유일하게 납품해온 A사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자료를 취득한 후 비용절감을 위해 해당 기술자료를 타업체에 제공했다. 현대중공업은 타업체에 제공된 자료가 단순 양식 참조로 제공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해당 자료에 A사 고유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표 참고).
또한 현대중공업은 타업체에서 피스톤 생산이 가능해지자 단가를 인하하고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 특히 생산 이원화 완료 후에는 A사에 단가 인하 압력을 가해 3개월간 약 11%의 단가를 인하했다. 이원화 이후 1년 내에 A사와의 거래도 단절됐다(아래 그림 참고).
아울러 현대중공업이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A사에게 기술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시 별도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향후 발주물량을 통제할 것이라는 강압적인 태도도 보였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A사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에 대해 9억7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는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 부과된 과징금 중 최대 액수다. 검찰 고발 여부는 지난해 10월 동일한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의 요청에 따라 법인과 임직원을 이미 고발했기 때문에 이번에 공정위가 추가로 고발하지는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국판뉴딜 정책에 발맞춰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음으로써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기반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첨단기술분야에 대한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기술유용 사건 개요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0.07.26 204mkh@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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